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에디슨과 지식재산(IP)금융

성윤모 특허청장




지난 1879년 12월31일 밤, 미국 뉴저지 멘로파크 언덕길에 290개의 전등불이 금방 내린 하얀 눈을 환히 비췄다. 토머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자신의 머리카락에서 백금까지 필라멘트 재료를 무수히 바꿔가며 실험을 거듭한 끝에 백열전구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독일의 역사학자인 에밀 루트비히는 “프로메테우스의 불 이후 인류는 두 번째 불을 발견한 것이며 인류는 이제 밤의 저주에서 벗어났다”며 찬사를 보냈다.

환호도 잠시 1,000번 이상의 실패 끝에 백열전구를 개발한 에디슨은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자금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열전구 특허를 담보로 한 대출과 투자를 통해 제너럴일렉트릭(GE)의 모태가 된 전기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 특허라는 무형자산을 활용해 대출이나 투자를 받는 지식재산(IP)금융의 최초 수혜자인 셈이다. IP 금융이 없었다면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백열전구의 대중화는 많이 늦어질 뻔했다.


미국 500대 상장기업 가치에서 특허 등 무형자산 비중은 1975년 17%에서 2015년 84%로 확대되며 유형자산 비중을 초과했다. 기업이 파산해도 특허는 가치를 잃지 않는다. 2012년 코닥은 파산신청을 했지만 보유했던 1,100개의 특허를 애플과 구글 등 컨소시엄에 5억달러 이상의 돈을 받고 매각했다. 특허는 법적으로 독립된 재산권이면서 거래나 라이선싱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담보 등 금융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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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만 UCLA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 1990년대 등록된 특허의 20% 정도가 2012년까지 한 번 이상 담보로 활용됐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도 사업 초기에 특허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우수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혁신기업에 IP는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허청은 금융기관과 손잡고 보다 많은 중소·벤처기업들이 혜택받을 수 있도록 IP 금융 지원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신력 있는 평가모델을 개발·보급하고 평가비용도 지원해 우리 기업들을 위한 다양한 IP 금융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는 특히 IP 금융을 투자 중심으로 확대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IP 투자펀드를 신규 조성하는 등 오는 2022년까지 1조원 규모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혁신적 기술이 폭발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기술 혁신의 이면에는 늘 금융의 힘이 존재해왔다. 에디슨의 백열전구가 IP 금융의 도움으로 2차 산업혁명을 선도했듯이 우리 혁신기업들도 IP 금융을 발판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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