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연말 가족여행이 비극으로…'대부분 사망' 추정에 눈물바다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애끓는 유가족들

탑승객 명단 발표되자 망연자실

소방당국 "가능성 없다"에 절망

사망자 대부분 광주·전남 지역민

인근 시·군 공무원들도 다수 탑승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추락 관련 유가족 등이 대기하며 슬퍼하고 있다. 해당 항공기에는 승무원 6명과 승객 175명 등 총 181명이 탑승했으며 탑승객 대다수는 광주·전남 지역민으로 추정된다. 무안=성형주 기자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추락 관련 유가족 등이 대기하며 슬퍼하고 있다. 해당 항공기에는 승무원 6명과 승객 175명 등 총 181명이 탑승했으며 탑승객 대다수는 광주·전남 지역민으로 추정된다. 무안=성형주 기자




“탑승자 181명, 구조자 2명 외 대부분 사망으로….”



29일 전라남도소방본부의 이 같은 구조 상황 발표에 무안국제공항 3층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은 한순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3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생존자가 전혀 없느냐”며 울부짖었고, 50대 남성은 고성을 지른 채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고, 자신의 어머니의 사고 소식에 20대 여성은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 여성은 “50대인 어머니가 홀로 비행기를 탔다”며 “전날 밤에 다시 한국에 온다는 카톡 메시지가 마지막이 됐다”고 오열했다.

70대로 보이는 노모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 연일 눈물을 훔치며 “어제 저녁에 아들이 ‘우리 출발한다’고 한 연락이 마지막”이라며 “제발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또한 생존자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생존자 가운데 우리 가족이 있을 것”이라고 중얼거리며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탑승자 가족들은 승객 명단에서 가족들을 발견하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번 사고자들의 경우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어 오후에는 상황 설명을 듣기 위해 무안공항 건물 1층 대합실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각각 항공사와 공항 측을 찾아 분노를 터뜨렸다.



전북 정읍에서 온 유가족은 “사위가 해남군청에서 일하고 딸이 작은 공부방을 운영한다. 사위만 간 줄 알았는데 같이 갔더라”라면서 “여기는 국제공항이란 곳이 아침부터 발뺌만 하는 식이다. 유족들이 맨땅에서 이러고 있음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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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정 모 씨는 “아는 지인이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와 같이 태국 여행차 비행기에 탔다고 한다”면서 “지금 신원 확인이 안 됐다. 손이 귀한 집안에서 태어나 철도공사로 취업해 어머니의 자랑이었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불만은 사고 직후부터 쌓여 갔다. 이날 한국공항공사는 사고 1시간 뒤인 오전 10시부터 ‘가족 대기실’과 ‘브리핑 룸’ 등을 마련해 운영했는데 이들이 가족 대기실의 명칭을 ‘유가족 대기실’로 붙이면서다.

격앙된 유가족들은 “공항 측은 사고가 난 직후부터 모든 탑승객이 죽었다고 확정하고 있는 것이냐. 그렇다면 빨리 후속 대책을 내놓던가 뭐 하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트래킹 여행으로 처형 부부가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한 유가족은 “기체 중앙에 탑승해 신원 확인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 “무안공항을 폐쇄했다는데 정부가 여기 본부를 만들어 유가족과 소통이 빨리 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참사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탑승객 다수가 광주·전남 지역민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공무원들도 다수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 현재 사고 여객기 탑승자 명단에 도, 시군, 출연 기관 등 전현직 13명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도 출연 기관 소속 남성 2명이 태국 여행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화순군에서는 현직 공무원 3명, 퇴직 공무원 5명이 동반 여행을 갔다가 귀국하는 여객기에 탑승했다. 자매 사이인 목포시 공무원 2명, 담양군 여성 공무원 1명도 탑승 명단에 있었다. 여객기에는 전남도교육청 소속 일반직 사무관 5명도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제주항공 여객기 탑승객 다수는 지역 여행사 상품 이용객으로 파악됐다. 광주 소재 여행 랜드사인 Y사는 무안∼방콕 노선 제주항공 항공기를 전세기 형태로 운영해왔다. Y사는 무안 출발 2회와 방콕 출발 2회 등 주 4회 띄우는 항공기 좌석을 지역 여행사에 판매하거나 패키지 여행 상품과 항공권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4회 중 2회는 대형 여행사들이 함께 띄우고 2회는 Y사가 중심이 돼 모객했으며 참사가 발생한 이번 상품은 후자였다.

이날 오전 9시 7분께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생존자 2명을 제외하고 탑승객 전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여객기는 이날 오전 1시 30분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으로 승무원 6명과 한국인 승객 173명, 태국인 승객 2명 등 총 181명이 탄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도는 무안국제공항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사고 즉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사고 수습활동 지원과 유가족 지원에 나섰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사고 현장을 찾아 신속한 지원 활동을 당부하고, 도 차원의 현장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가동하도록 지시했다. 이날 사고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돼 현장 구조·구급은 소방청, 사고 원인 조사와 향후 대책은 국토교통부, 유가족 지원은 한국공항공사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각각 역할을 맡기로 했다. 전남도와 무안군은 각각 대표전화를 운영해 유가족 안내 등을 추진하는 한편 현장 수습 활동 지원과 유가족 지원 활동에 나섰다.


무안=박지훈 기자·무안=이승령 기자·무안=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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