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소똥구리 복원

2015A38 만파



‘급구! 이름:소똥구리, 몸값:50마리 5,000만원, 특징:소똥을 데굴데굴 굴리는 습성’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낸 입찰공고 내용이다. 한 마리당 현상금이 100만원에 이르니 꽤 비싼 편이다. 호기심 못지않게 세금 낭비니 하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환경부가 급하게 소똥구리 구하기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올해부터 5년간 증식·복원을 진행할 멸종위기 야생생물 중 하나로 소똥구리를 선정했는데 정작 필요한 소똥구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마지막 수단으로 외국에서 들여올 비용으로 국내에서 찾아보자는 심산으로 공고를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구하지 못하고 초원지대인 몽골산을 수입하기로 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 산간 등 소가 있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소똥구리가 왜 사라졌을까.


1970년대 들어 인공사료와 항생제를 먹여 소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재앙이 시작됐다. 소의 배설물을 먹은 소똥구리가 모두 죽어버린 것. 항생제가 독약이었던 셈이다. 소똥구리 권위자 한 사람이 지난 10여년간 소똥구리를 찾으러 전국을 뒤졌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정부·학계에서 소똥구리를 되살리려 애쓰는 것은 생태계 복원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부가가치가 대단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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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구리는 염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오래전부터 약재로 쓰였다. 동의보감 잡병편에 ‘강랑’이라는 이름으로 효능이 기록돼 있을 정도다. 현대의학에서도 주목 대상이다. 특히 애기뿔소똥구리에서 발견된 물질(코프리신)은 탁월한 효과가 입증돼 이를 활용한 병원용 재생연고제, 기능성 화장품 등 10여종의 제품이 이미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쓸모가 다양하니 ‘소똥구리 멸종을 방치하면 수천억원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경고가 나올 만하다.

때마침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올 하반기 개관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소똥구리는 국내 목장과 계약을 맺어 방목 소의 ‘좋은 똥’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복원작업이 진행될 모양이다. 국산 소똥구리가 성공적으로 재생돼 뒷발로 소똥을 말아 굴리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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