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일부터 돼지고기와 과일 등 미국산 농축산 수입품 128개에 최대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매기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지적재산권 침해 혐의로 제소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조치에 중국이 곧바로 맞불 공세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재정부는 국무원 산하 관세세칙위원회가 돼지고기와 과일 등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돼지고기 등 8개 품목에는 25%, 과일·와인·견과류 등 120개 품목에는 15%의 관세가 2일부터 곧바로 적용된다. 위원회는 “중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이번 조치가 ‘보복관세’임을 분명히 했다. 관세 부과 품목의 지난해 중국 수입 규모는 30억달러(약 3조1,7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중국의 이번 조치에는 미국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대두에 대한 관세 부과나 미 국채 매각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를 지켜보며 순차적으로 보복카드를 꺼내 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최대 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물리기로 하고 오는 6일까지 해당 품목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만큼 물밑협상을 통한 갈등조율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패할 경우 융단폭격 형태의 무역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연구원은 “양국 간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은 미 국채를 매각해 외환시장을 흔드는 경제적 ‘핵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뉴욕=손철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