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사회부장
“엄마, 오늘 체육수업 할 수 있을까.” 요즘 초중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침마다 미세먼지 예보를 살핀다. 학교에서 야외활동을 금지하다 보니 혈기왕성한 아이들은 교실에서라도 체육수업을 하자고 선생님을 조른다. 또 모두 마스크를 쓰다 보니 아이들 사이에서는 생일선물로 마스크가 인기라고 한다.
이런 얘기가 오갈 때마다 부모들은 “10년 전부터 공기질을 개선하겠다고 하던 정부가 도대체 뭘 하길래 미세먼지가 해를 거듭할수록 더 심해지느냐”고 입을 모은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발표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2013년과 2017년 연평균 23㎍/㎥로 같았다. 고농도 영향으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날은 오히려 더 늘었다. 2014년 하루에서 지난해 열흘로 늘었고 올 들어서는 지난달 26일까지 13일을 기록했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된 중국은 상황이 다르다. 중국은 2014년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공장 폐쇄와 이전, 경유차 강제 폐차와 운행중단 등에 이어 학교난방까지 중단시켰다. 이러한 노력 덕에 미세먼지(PM2.5) 측정망을 둔 204개 도시 미세먼지 농도가 2013년 73㎍/㎥에서 50㎍/㎥로 3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핵심과업 8개 가운데 일곱 번째로 ‘푸른하늘수호전(藍天保衛戰)’을 선언하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일부 도시의 석탄연료 설비를 퇴출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일본은 1967년 도쿄 도지사 당선자가 내놓은 구호가 ‘도쿄에 푸른 하늘을’이었을 정도로 한때 시민들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1999년에 당선된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는 노후 경유차의 배기가스를 대기질 악화의 최대 원인으로 규정했다. 자동차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유차 NO 작전’에 나선 끝에 2001년부터 미세먼지 연중 평균치를 10년 전보다 55% 낮췄다. 도쿄가 다시 푸른 하늘을 맞아들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대책을 내놓고 있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중국을 탓하며 서해 넘어 불어오는 바람만 바라보는 실정이다. 2년 전 고등어구이를 실내 미세먼지 발생원으로 지목했다가 무능력을 보여줬던 환경부는 여전히 그대로다. 지난해 9월 야심 차게 노후 경유차 폐차, 대기배출총량제 확대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지난달 27일 뒤늦게 제시한 대책마저 국민들이 당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방안은 없었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미국과 일본 수준으로 강화한 환경기준은 오히려 혼란만 부추겼다.
뒤늦게 비상저감 조치를 요청하는가 하면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나열하다 보니 장관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환경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면 야외활동 때 보안경을 착용하라는 엉뚱한 매뉴얼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내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도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과 거리가 멀다. 특히 서울시가 1월 150억원을 쏟아부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포퓰리즘 논란만 야기한 채 한 달 반 만에 폐기됐다.
이제 우리도 한국판 푸른하늘수호전을 선포해야 할 시점이다. 미세먼지 발생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승용차 규정에만 얽매이지 말고 불법소각이나 화목(火木)난로·고형연료 등 다양한 미세먼지 유발 배출원을 찾아 관리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환경외교에도 집중해야 한다. 각 부처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우리나라도 푸른 하늘을 되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부 산하 미세먼지대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옮기고 대통령이 직접 지휘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는 국민의 권리다. 오는 2022년까지 미세먼지를 3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려면 실태 파악을 전제로 한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 ss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