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박은관 시몬느 회장 "콩코르디아 한국어마을로 韓 정체성 널리 알렸으면"

북미 한국어 교육 기부 최대 '500만弗' 쾌척

"美 대학 한국어 프로그램 운영

한류 관심 커져 학생 급증했지만

시설 부족한 탓에 어려움 겪어

30년간 받은 사랑 보답하고자

'숲속의 호수' 후원 결정했죠"

박은관 시몬느 회장. /서울경제DB박은관 시몬느 회장. /서울경제DB



“우리나라가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성장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 정신의 아이덴티티(정체성)인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부족합니다. 콩코르디아 한국어마을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하기 바랍니다.”

박은관(사진) 시몬느 회장은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미네소타에 자리한 콩코르디아대 한국어 프로그램인 ‘숲속의 호수’에 500만달러(약 55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며 “한류에 대한 높은 관심에 힘입어 한국어마을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시설이 따라주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1차 건립을 위한 후원을 시작으로 앞으로 한국어마을이 완성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500만달러는 북미 한국어 교육에서 단일 기부금 중 최대 금액으로 250만달러는 박 회장 사재로 출연하고 나머지 250만달러는 법인이 기부한다.


후원금은 기숙사나 강의실 등 교육 공간 건립에 사용된다. 지금까지 한국어마을 학생들은 별도의 공간이 없어 러시아마을 등 다른 언어마을을 빌려 사용했다. 이번 후원으로 354만㎡(약 107만평)의 대지에 한국어마을 전용 공간이 선보이는데 콩코르디아대 언어마을에서는 여덟 번째이자 아시아 언어로는 첫 번째 마을이다. 오는 7월 초 착공식을 거쳐 내년 말까지 한국어마을 전용 기숙사·강당·다목적룸·강의실이 건립된다. 학교 측은 박 회장의 기부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절벽 위에 ‘시몬느’의 한문 이름인 ‘세문(世門)’을 딴 ‘세문정’이라는 팔각정을 짓기로 했다.

박 회장과 한국어마을의 인연은 지난 2008년 10월9일 우연히 접한 라디오 방송이 계기가 됐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로스 킹 박사가 방송에 출연해 미국 콩코르디아대 언어마을에서 한국어 수업은 물론 전통 요리나 전통 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한 것이다. 올해로 20돌을 맞은 한국어마을은 1999년부터 1,600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의 1~4주 심화 과정을 제공해왔다.


그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가 아닌 미국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고 고마웠다”면서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호텔 연락처를 수소문해 킹 박사와 만난 후 후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 회장은 지난 10년간 한국어마을을 후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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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회장은 “시몬느가 북미 고급 핸드백 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북미 지역 고객 덕분에 이만큼 성장했다”며 “지금까지 30년간 시몬느가 받은 사랑에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한국어마을 건립으로 작게나마 감사의 뜻을 전할 수 있게 됐다”고 흐뭇해했다. 이어 “해외 젊은이들이 한국어로 소통하면서 한국 문화를 이해하게 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 문화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쌓이게 될 것”이라며 “한국인의 끼와 열정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호응을 받고 있는 만큼 이런 흐름 속에서 자체 시설을 갖추게 된 한국어마을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한국의 아이덴티티를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도중 박 회장은 외국인에 비해 우리가 오히려 한국어에 대한 애정이 작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킹 박사가 한국이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성장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 정신의 아이덴티티(정체성)인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부족하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저개발국가에 대한 원조를 열심히 하고 있고 대기업 역시 유명 대학에 강당 같은 큰 건물을 지어줬지만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패션 시장에서 특정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는 아이덴티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태어난 나라의 경제력, 문화적 성숙도, 품격 등 제반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앞으로는 프랑스 파리나 이탈리아 밀라노 태생이 아닌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아이덴티티로도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고 전망했다. 박 회장의 이 같은 믿음은 2015년 10월 선보인 독자 브랜드 ‘0914’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0914가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는 것은 당장은 힘들지만 지금은 꽃봉오리라도 피운다는 심정으로 도전에 나섰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우리 토종 브랜드들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시몬느는 마이클코어스·마크제이콥스·토리버치 등 전 세계 럭셔리 핸드백 물량의 10%, 미국 시장의 30%를 공급하는 핸드백 제조자개발생산(ODM) 업계 1위 기업이다. 최근에는 블룸버그통신이 ‘한국의 핸드백 왕(Handbag King)이 억만장자가 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박 회장의 보유 자산은 블룸버그 집계 기준 12억달러(약 1조2,900억원)이며 박 회장과 그의 가족이 회사 지분의 61.9%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 사업을 위해 인적 분할한 ㈜시몬느가 시몬느자산운용·시몬느인베스트먼트 등 투자 회사 및 전 세계 랜드마크 빌딩을 소유하고 있으며 핸드백 제조는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이 담당한다. 베트남·캄보디아·중국 등에 6개 제조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1조원, 영업이익은 1,776억원이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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