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한복판에서 인질극을 벌이던 20대 남성이 1시간 만에 체포됐다. 외부인이 교육 현장에 무단으로 침입해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수년째 반복되면서 교육당국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이 들끓고 있다.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2일 오전 서울 방배초등학교에서 양모(25)씨가 초등학생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다 1시간 만에 체포됐다. 인질로 잡혔던 A(10)양은 병원으로 바로 옮겨졌으며 건강에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전증(간질) 장애 4급’이었던 양씨는 검거 과정에서 뇌전증 증세를 보였고 검거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양씨는 “군대에서 가혹행위와 폭언·협박 등으로 조현증이 생겼지만 국가보훈처에서 어떤 보상도 해주지 않았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
양씨는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며 교내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배초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양씨가 정문으로 진입할 당시 출입기록을 작성하지 않는 등 보안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외부인이 학교를 방문하려면 학교보안관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출입기록을 작성한 뒤 패용증을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학교 현장의 어린이들을 노린 범죄는 그동안 꾸준히 발생했다. 지난 2010년 6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여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2년 9월에는 당시 고교 중퇴생이던 김모군이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 몰래 들어가 야전삽을 휘둘러 학생 7명이 다쳤다. 2016년에는 50대 남성이 중학교 정문 앞에서 여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교무실에 난입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허술한 학교 보안관리를 이제라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박모(36)씨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은 아이들 등하교를 매번 챙기기 힘든데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아이를 맡기고 직장에 출근할 수 있겠느냐”며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 보안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