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서울경제TV][투데이포커스] 성차별 문제로 번진 은행권 채용비리



[앵커]


까도까도 끝이 없는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그간 권력자들에 의한 부정 청탁이나 내부 임직원들의 추천 특혜 채용 사례가 속속 드러났는데요.

이번엔 남녀 성차별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에 금융증권부 정훈규기자 나와있습니다.

Q. 정기자, 금융권 채용비리 검사의 초점이 계속 옮겨가는 모양새죠?

[기자]

네, 애초 시발점은 권력자들에 의한 부정청탁이었는데, 내부 임원들의 추천 특혜 채용이 드러나더니, 이번에는 성차별 문제로까지 번졌습니다.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이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정황이 담긴 청탁리스트를 폭로하면서 처음 불거졌는데요.

이후 이어진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의 핵심은 청탁에 의한 부정채용이었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최흥식 전 금감원장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사 내부 임원들에 의한 추천채용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는데요.

당시 최 전 원장은 하나금융에 재직할 당시 공채 과정에서 임원들로부터 받는 추천을 했을 뿐 부정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논란이 더 커지면서 최 전 원장은 끝내 사퇴했고, 금감원은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이 문제를 들여다봤습니다.

당연히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임원추천제에 관심이 집중됐는데요.

그런데 특별검사단이 조사를 마치면서 하나은행이 공채 때 남녀 차등채용을 계획적으로 추진해왔다고 밝히면서 성차별 문제로 기류가 또 한번 바뀌었습니다.

[앵커]

Q. 특별검사단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남녀 차별 문제가 어느 정도로 심각했던 겁니까?

[기자]

네, 금감원 특별검사단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13년 신입행원 채용 때 최종 임원면접에서 합격권 내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이 빈자리를 합격권 밖의 남성 2명의 순위를 상향 조정해 채웠습니다.

당시 최종합격자 229명 중 남성은 201명, 여성은 28명으로 굳이 2명을 조정하지 않아도 남성이 압도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동일한 직무에 대해 남녀 채용인원을 사전에 달리 정하는 등 서류전형에서부터 남녀 차등 채용을 추진해왔다는 겁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13년 하반기 공채에서 미리 남녀 4대1 비율로 채용 계획을 세웠을 뿐 아니라 실제 채용된 남녀비율은 5.5대1로 더 차등적으로 채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여성 커트라인이 남성에 비해 월등하게 높게 나타났는데요.

당시 서울지역 여성 커트라인은 600점 만점에 467점으로 남성 419점 대비 48점 높았습니다.


남녀 차별 없이 동일한 기준이라면 서류전형 커트라인이 444점 정도라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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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이 추정해 본 결과 이 경우 서류전형단계에서 남녀 합격 비율이 1대1에 근접했습니다.

[앵커]

Q. 점수로만 따지면 1대1에 가까운 남녀 성비가 실제로 5대1일을 넘었다고 하니, 여성들의 피해가 심각해 보이는데요. 여성가족부가 이 문제에 들고 일어났죠?

[기자]

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어제 이례적으로 금융감독원에 직접 방문했는데요.

금융권에서 벌어진 성차별에 대한 항의와 후속조치를 요청하는 차원이었습니다.

정 장관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하나은행의 채용 성차별에 대해 경악, 좌절감, 충격 등의 표현을 사용했는데요.

정 장관은 “입직 단계에서부터 여성들을 차별하는 유리 천장이 발생한 것에 대해 여성계는 경악하고 있다”면서 “금감원이 실태조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지도·감독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고 금감원장에게 직접 요청했습니다.

또 “금융권은 여성근로자가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은데 관리자 비중은 작으니 대표적인 유리 천장이 금융권”이라면서 “균형을 맞춰주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고도 당부했는데요.

김 원장은 “하나은행 조사결과에서 남녀 합격점수를 달리해 여성을 대거 서류전형에서 떨어뜨린 사실이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다”면서 “금감원이 금융권을 상대로 하는 경영진단평가에서 이 문제를 반드시 들여다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이 요구한 실태 조사를 김 원장이 사실상 약속한 셈입니다.

[앵커]

Q. 당국과 금융권의 채용비리 2라운드가 시작되는 셈인데, 사실 채용 때 남녀 성비 조절은 국내 기업들에 만연해 있는 일 아닙니까?

[기자]

당장 금융권은 채용비리 조사가 성차별로까지 번지는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조직 운영을 위한 기업의 판단이 채용비리에 해당하는지조차 논란인데요.

대표적인 예로 출산과 육아휴직 등 여성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전체 인력운용 차원에서 채용비율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특히 은행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기업이 채용 때 성별을 고려하는 것이 사실인데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채용 시 성별을 고려하는지 설문조사를 했더니, 무려 81%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성별을 고려하는 이유로는 성별에 따른 직무 적합성이나 역량과 함께 조직문화 향상 등의 답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드러난 하나은행의 4대1 비율은 납득하기 어려운데요.

이 경우 너무 지나친 것이 문제라면, 채용에서 남녀 성비율에 정답이 있을 수 있는지도 의문으로 남습니다.

금감원이 정조준했던 부정 청탁에 의한 채용비리 문제도 금융권의 반발로 진실공방만 계속되는 중인데요.

이 가운데 금감원이 사회적 파장이 더 큰 성차별 문제까지 꺼내 들면서 금융권은 더 오랜 시간 채용비리 이슈에 빠져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정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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