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미국 시장 진출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디젤차를 선보인다. 오는 7~8월 미국에 출시되는 스포츠유틸리티(SUV)인 신형 ‘싼타페(TM) 디젤’을 앞세워 가솔린차 선호가 뚜렷한 미국 시장에서 틈새시장으로 남은 디젤 수요까지 잡겠다는 각오다.
8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 북미 시장 엔진 라인업을 가솔린 2.4 자연흡기, 가솔린 2.0 터보와 함께 2.2 터보 디젤 등 3종으로 구성했다. 가솔린차부터 먼저 투입하고 디젤차는 내년에 투입한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디젤차를 내놓는 것은 지난 198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후 처음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디젤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큼 가솔린차 선호가 강하다. 고효율·친환경 디젤엔진에 역량을 쏟아부은 독일 업체들이 수년간 공을 들였지만 공략에 실패했고 2년 전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와 함께 디젤 시장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싼타페 디젤차를 미국에 투입하는 것은 틈새 수요라도 잡겠다는 절박함이 배경이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디젤게이트 후유증이 점차 옅어지면서 디젤차를 사려는 소비자가 소폭이지만 늘고 있다”면서 “특히 시장에서 SUV 선호가 강해지면서 디젤엔진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힘 좋은 SUV를 원하는 현지 소비자들이 디젤차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현대차 미국 법인 관계자는 외신에 “디젤은 높은 연료 효율, 강한 토크와 견인력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어 이번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싼타페에 탑재되는 2.2 디젤엔진은 최대토크가 45.0㎏·m으로 가솔린 2.0 터보의 36㎏·m보다 높다. 특히 미 소비자들은 레저 등 용도로 SUV 뒤에 트레일러 등을 달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필요한 것이 강한 토크를 바탕으로 한 견인력이다.
신형 싼타페는 네이밍도 바꾼다. 현행 ‘싼타페 스포트’로 부르는 5인승 차는 ‘싼타페’로 바꾸고 7인승인 현행 ‘싼타페’는 ‘싼타페 XL’이라는 새 이름을 부여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신형 싼타페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것은 미국 시장 판매 회복 성공 여부가 싼타페에 달렸기 때문이다. ‘쏘나타’와 ‘엘란트라(국내 아반떼)’가 동반 부진에 빠진 가운데 미국 시장의 SUV 선호 트렌드가 더욱 강해져 신형 싼타페 외에는 믿을 차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싼타페가 성공하면 현대 브랜드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인식이 개선돼 다른 차종의 판매 추세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