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이 선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심 재판에서 마음을 돌려 법정에 나온다 해도 결과를 뒤집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별도로 재판을 받는 국정농단 공범 상당수도 1심에 이어 2심까지 유죄를 인정받았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재판마저 실형이 선고되면 박 전 대통령의 총 형량은 늘어나게 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측이 항소장을 제출할 수 있는 기한은 오는 13일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해도 1심의 유죄 부분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른 공범들의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줄줄이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특정 성향 예술인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심까지 내리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433억원대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심에서 실형,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36억원대 승마 지원은 유죄인 상태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부회장에게 뇌물을 직접 요구했기 때문에 더 엄한 처벌이 예상된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이 유죄로 판단한 삼성 뇌물수수액 72억여원 대신 이 부회장 2심 판결처럼 36억여원만 인정한다면 그나마 감형 요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36억5,000만원을 뇌물로 받아 개인 지출이나 불법 선거운동에 쓴 혐의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함께 별도의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 판결이 확정되면 국정농단 재판 확정 결과에 합산된다.
설상가상으로 박 전 대통령은 재판 거부를 철회할 태도를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까지 항소 여부 및 1심 선고와 관련해 아무런 의사도 밝히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구속 연장에 반발해 재판을 보이콧한 것은 1심 양형에 자충수가 됐다.
형량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정원 특활비 1심 판결을 최대한 빨리 받은 다음 2심을 국정농단 항소심과 병합하는 게 최선이다. 형량의 단순 합산을 피할 수 있어서다. 사건을 병합하면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한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에 최대 2분의1까지만 가중할 수 있다.
한편 겨우 1심이 끝났을 뿐인데 때이른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이 일부에서 제기돼 논란이다. 지난 1995년 말 구속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2년여 만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포기하면 대법원 확정판결이 빨라질 수 있다. 사죄 없는 사면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