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합의 부분 6월에, 권력구조는 총선때"...靑 '2단계 개헌' 나서나

靑 시점·내용 분산 시사에

민주당 '운신의 폭' 넓어져

한국당선 "잘못된 생각" 반발

오늘 재개 헌정특위서 조율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가 아닌 국민을 위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욱기자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가 아닌 국민을 위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욱기자



청와대가 여야 합의 가능한 부분만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하고 나머지는 오는 2020년 총선 때 추진하는 ‘단계적 개헌’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4년 연임제’와 ‘총리 임명 방식’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국회 합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카드로 협상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가 개헌의 시점과 내용을 분산할 수 있음을 시사함에 따라 국회 협상의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의 운신의 폭도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이번 개헌 논의 때 권력구조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한다면 국회가 더 논의해서 2단계로 다음에 또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에 합의가 미진했던 부분들은 다음 총선을 겨냥해서 추가개헌을 하자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합의를 본 사안으로 6월 1차 개헌을 하고 나머지는 추가 합의를 이어가 2020년 총선에서 2차 개헌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 같은 구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6월 개헌 의지와 야당의 반대가 정면충돌하는 상황에서 내놓은 절충안이다. 국회 합의 불발 시 대통령 개헌안의 부결 가능성도 높은 만큼 대립이 덜한 부분만 6월 개헌에 담고 총선까지 추가 논의의 동력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최대 쟁점인 ‘대통령 4년 연임제’를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도 1단계 개헌안에서 삭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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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단계적 개헌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말을 아꼈지만 대야(對野) 협상에서의 운신의 폭은 한결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에 개헌이 안 되면 개헌 동력이 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단계적 개헌을) 어떻게 할지는 당이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개헌투표 시기와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 우리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제안을 받을 수 없다”며 “이것만 협의 되면 다른 부분은 조금 더 유연성을 갖고 논의할 수 있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야당의 협조는 불투명하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가 체제를 바꾸려는 중대사인 개헌을 두고 ‘합의된 것만 하자’는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참 불행하다”며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왕적 권력을 끝까지 가져가 보자는 음모와 술책이 아니라면 국회 차원에서 국민개헌안이 합의될 수 있도록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9일부터 회의를 재개해 각 당의 개헌안을 바탕으로 이견 조율에 나선다. 특위는 일차적으로 4월 말까지 국회 합의안 마련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러나 합의가 물 건너가면 대통령 안을 철회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이 불가피하다. 여야 합의가 안 된 상황에서 정부 개헌안 표결 결과(부결)는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재경 특위위원장은 정부 개헌안을 철회한 뒤 민주당 개헌안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각 당의 입장을 조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에 함부로 손을 댈 수는 없지만 대통령과 사실상 똑같은 민주당 안은 얼마든지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주희·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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