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경기 하락·추가 인가·생보 매각…'3각 파고' 휩싸인 부동산신탁

[지각변동 앞둔 부동산신탁업계]

지방 부동산 침체로 미분양 증가 건전성 악화

생보신탁에 대형사 눈독…신규사 진입도 앞둬

수주 감소·리스크 확대로 부실 가능성도 커져

부동산 신탁업계가 올해 ‘3각 파고’에 휩싸일 전망이다. 생보부동산신탁 매각으로 대형 금융지주사 또는 건설사의 업계 진입이 예고된 가운데 부동산 경기는 하강 국면에 접어 들고 있어 수주 감소와 리스크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추가로 부동산 신탁사 신규 인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이어서 그동안 순항해왔던 부동산 신탁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활황에 힘입어 지난 3년간 사상 최고 실적을 갱신했지만 화려한 외형과는 달리 신탁업계 내부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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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행보’ 생보신탁 매각 후 공격 경영 가능성 = 8일 업계에 따르면 생보부동산신탁 인수전에 신한금융그룹과 현대산업개발이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생보부동산신탁은 전체 11개 신탁사 중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중하위권에 속해 있는 신탁사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 대주주들의 경영스타일에 맞게 관리형 토지신탁과 비토지신탁 등 리스크가 적은 사업 위주로 보수적인 영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각 이후 대형 금융사 또는 건설사를 새 주인으로 맞는다면 보다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신한금융이 인수할 경우, 당장 ‘하이리스크 하이리턴형’ 개발사업인 차입형 토지신탁에 당장 뛰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현재 KB부동산신탁과 하나자산신탁이 주력하고 있는 ‘중위험 중수익’ 사업인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시장에서 보폭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주택개발사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이 새주인이 되면 도시정비업(재건축·재개발),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개발 사업 분야에서 계열사간 시너지를 위해 공격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이나 현산은 다양한 부동산 사업에 관심이 많다”며 “이들이 들어오게 되면 신탁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져 신탁업 판도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방 부동산 경기 하락…신탁사에 직격탄= 부동산 경기가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이 하강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점도 신탁업계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신탁업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부동산 경기 활황에 힘입어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급성장했다. 2017년 11개 신탁사의 2017년 영업수익은 1조 325억원으로 전년대비 31%(2,643억원)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미래 성장 지표인 수주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올해부터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리스크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특히 최근 3년간 신탁업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차입형 토지신탁 시장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의 신용으로 자금을 차입해 신탁 토지에 개발사업을 하는 만큼 수수료율이 4~7%에 달하는 고수익사업이다. 지난해 업계 전체의 차입형 토지신탁의 신탁보수는 4,339억원으로 전년대비 63.1%(1,679억원) 늘면서 신탁업 이익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등 4개사는 각 회사별로 100개 안팎의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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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은 부동산 경기 민감도가 높아 호경기에는 ‘실적 효자’이지만 경기가 꺾일 때는 건전성 악화의 주범이 된다. 올 들어 지방과 수도권에서 분양한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차입형 토지신탁사들은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실장은 “신탁사들은 서울보다는 지방, 틈새시장을 대상으로 하는데 정부의 규제 등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 하락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A신탁사 관계자는 “2017년 9월말 현재 신탁사업계의 부채비율은 57% 수준으로 양호하지만 지방 미분양 확대시 급격한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신탁사 부실시 과거 한국부동산신탁과 대한부동산신탁 사례에서처럼 피해가 고스란히 수분양자와 건설하청업체에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내 3대 신용평가들도 부동산신탁사업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정적 전망을 잇따라 내놨다.

◇‘엎친 데 덮친 격’ 신규 신탁사 인가 =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는 올해 신탁사 추가 인가를 내줄 방침이어서 신탁업계의 우려는 가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신규 인가를 강행할 경우 최소 두 곳 이상의 신탁사에 대한 신규 인가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과거 2007년과 2009년에도 각각 2개사씩 신규 부동산신탁사 설립을 허용했으며, 인터넷 은행신설 시에도 역시 복수의 회사에 대해 인가를 내줬다. 한 곳만 인가를 내줄 경우, 진입규제 완화 효과가 떨어지고 특혜 시비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부동산 경기하락에 따른 건전성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고 신탁사들의 반발의 거세지자 신규 인가 숫자를 외부의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건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현재 신탁사들에 자산건전성분류현황 및 외부차입금 내역 등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신탁사들은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꺾이는 시점에서 신설사의 진입은 한정된 시장 나눠 먹기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B신탁사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이 도시재생쪽으로 넘어가고 택지공급도 고갈돼 가는 등 신탁시장 자체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은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이는 신탁사 부실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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