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리산 자락 78년 해로한 노부부 국제영화제 간다

하동군, 최정우 감독 7년간 찍은 다큐 ‘나부야 나부야’…전주국제영화제 초청





/사진제공=하동군/사진제공=하동군


“우리는 이제 나이가 많으니까 정이 더 두터워지지. 자기 없으면 나 못살고 나 없으면 자기 못 살고, 그런 마음으로 사는 거지.”


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 삼신봉 자락 해발 600m에 자리한 단천마을의 한 노부부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져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화제다.

영화는 고 이종수(98)·고 김순규(97) 부부의 일상을 담은 ‘나부야 나부야(Butterfly)’. KBS 창원총국 ‘우문현답’의 주인공으로 방영된 노부부의 일상을 최정우 감독이 장기간 관찰한 기록이다.

최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는 78년을 해로한 노부부를 통해 ‘부부란 무엇이며 노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메시지를 세상에 던진다.


겨울 아침 할머니의 요강을 비우는 것으로 할아버지의 일상은 시작된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할아버지는 모든 집안일을 전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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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어언 80여 년의 세월을 더하는 동안 그 시간만큼 노부부에게 남은 건 사랑보다 더 큰 정(情). 할머니가 좋아하는 어느 봄 날 할아버지가 직접 깎아 선물한 나무비녀는 할머니를 활짝 웃게 만들고 같은 시선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노부부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조금 서운하지…. 마음으로는 서운하기는 한정 없이 서운하지만 그래봤자 소용없거든. 인쟈 저승에나 가면 만날까…. 안 와… 인쟈….”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할머니의 죽음으로 할아버지는 사무치게 그리운 할머니 생각에 모든 것을 놓게 만들고, 할아버지 곁에 남은 건 할머니와의 소담한 추억 뿐. 먼저 떠난 할머니를 생각하며 점점 쇠약해 지는 육신을 추스르는 할아버지는 그해 겨울 결국 군산에 사는 막내딸 집으로 가고 다음해 여름 막내딸의 부축을 받으며 잡초가 무성한 마당에 들어선다. 다시 군산으로 돌아가기 싫은 할아버지는 딸과 실랑이를 벌이고 청마루에 앉아 앞산을 쳐다보며 할머니 생각에 젖는다.

2011∼2017년 7년간의 제작을 거쳐 65분짜리 장편 다큐로 만들어진 ‘나부야…’는 내달 3∼12일 열리는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섹션에 초청됐다.

‘워낭소리’ 배급사 인디스토리를 통해 배급되는 영화는 오는 9월 개봉될 예정이다. 나비의 방언 ‘나부야’는 생전 호랑나비를 좋아했던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부르는 또 다른 의미이자 환생을 상징한다. /하동=황상욱기자 sook@sedaily.com

황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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