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창업 초기 차별화된 경쟁력 필수

<64> 중간은 없다, 처음일수록 명확히

적당한 가성비 있으면 팔린다는 생각 순진

타깃 고객층 정하고 만족시킬 강점 갖춰야

KAIST 경영대학 교수




“어떻게 하면 유통 채널을 만들 수 있을까요?”


‘스마트폰 짐벌(gimbal)’을 시장에 내놓은 스타트업 대표의 질문이었다. 짐벌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할 때 흔들림을 방지하는 기기다.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개발을 위해서는 상당히 미세한 공정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능과 가격대의 제품들이 나와 있는데 이 이야기를 나눴던 때는 서너 가지 모델만 출시된 상황이었다. 이런 정교한 제품을 설명서와 패키지까지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부품 조달과 조립을 중국에서 진행했고 10개월간 중국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고 한다.

“시중에 여러 종류의 제품이 나와 있잖아요? 우리 제품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나요?”


“현재 시장에서는 고가 제품이 주로 팔리고 있는데요. 저희는 한두 가지 기능을 제외해 원가를 낮췄어요. 좀 더 저렴한 짐벌을 공급하는 게 목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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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가 핵심인가 보네요. 그런데 가성비로는 중국 제품들이 자리 잡기 시작하는 것 같던데….”

여기서 의외의 이야기가 나왔다.

“세상에 1등 제품만 잘 팔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2등, 3등 제품도 팔리는 거니까. 나이키가 1등이지만 아디다스도, 언더아머도, 리복도 팔리잖아요. 그러니까 유통망만 만들면….”

그건 그렇다. 1등 제품만이 아니라 2등, 3등 제품도 팔린다. 하지만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우리는 아직 2등, 3등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로 든 스포츠웨어 브랜드들을 보자. 이들은 이미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들기만 하면 어느 정도 팔릴 것이다. 하지만 창업 초기에도 그랬을까. 그럴 리 없다.

1920년대 운동선수들은 달리기를 하다 멈출 때면 발가락이나 발톱이 꺾이는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운동화에 불편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동화 밑에 스파이크를 만든 게 아디다스다. 이것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 한참 뒤 나이키는 와플 굽는 기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미끄럼 방지 패턴이 들어간 운동화 밑창을 만들었다. 기존 운동화에 비해 훨씬 가볍고 미끄럼 방지와 추진력이 향상되며 급성장했다. 리복은 설립된 지 오래됐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1980년대가 돼서 미국의 에어로빅 붐과 함께 여성에게 최적화된 운동화를 내놓으며 크게 히트 치게 된다. 1996년 설립된 언더아머. 운동선수들이 땀을 흘려 셔츠가 젖는 것이 경기력 저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땀이 쉽게 마르는 기능성 의류를 만들어 성장했다. 이렇듯 큰 회사들도 창업 초기에는 명확히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가지고 시작했다. 적당한 제품을 만들어 성장한 게 아니라는 거다. 적당한 가성비만으로 팔릴 것이라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고객을 명확히 하고 그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날카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이에 집중할 때만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유통 채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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