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대법원의 요금원가 정보공개 판결로 통신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주요 영업비밀을 공개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신규 요금 출시나 요금 개편 때마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의 간섭이 더 강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이통사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LTE 관련 원가 공개가 추가로 추진될 경우 5G 등 미래 먹거리 사업 준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1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법원 판결문에 나오는 2G와 3G 외에도 추가로 LTE 관련 영업비용이 공개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앞으로 유사한 정보공개 청구 시 대법원 판결 취지를 고려해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히는 등 LTE 관련 원가 공개 가능성도 열어 둔 탓이다. 참여연대 측은 이번 결과를 앞세워 LTE 원가 공개까지 추진해 통신비를 반드시 인하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날 “대법 확정 판결을 받았으니 이걸 근거로 4세대 LTE 통신요금 원가구조도 이통사들이 자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며 “공개를 거부하면 규정에 의거해 다시 정보공개 청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대법원 판결에서 원가 정보공개를 명령한 2G와 3G 요금의 경우 가입자가 모두 합쳐 1,281만명 수준으로 전체 이통가입자 6,400만명의 20% 수준에 불과한데다 이통사 수익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하지만 LTE의 경우 꾸준히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데다 최근 고가 요금제 이용자 비중 확대로 영업이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상당하다. 특히 이통사들은 이번 정보공개 확정판결이 이통 산업의 투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는 점에서 난감해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통신 요금의 경우 초기에는 이통사가 막대한 망 구축 비용 등에 따른 영향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지만 이후 수익이 올라가면서 앞서의 영업손실을 만회하는 구조”라며 “지난 2011년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LTE 원가가 지난해 버전으로 공개된다면 당연히 비용보다 수익이 높을 수밖에 없어 이통사가 과다한 수익을 가져가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상용화될 5G와 관련해 향후 몇 년간 이통 3사의 원가 보상률(영업 수익을 총괄 원가로 나눈 것)이 100%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최근 5G 구축에 필요한 필수설비 공동사용 등에 대해 정부와 이통3사가 합의했지만 여전히 조(兆) 단위의 투자가 필요한 탓이다. 무엇보다 오는 6월 마무리되는 5G 주파수 경매에는 최대 10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이통사 부담이 상당하다.
그렇다고 5G 투자 비용 때문에 원가보상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통신요금을 인상하기는 쉽지 않다. 대선 때마다 주요 후보 주요 공약에 통신비 인하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다 통신비를 공공요금 성격으로 인식하는 국민들이 대부분인 탓이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통신사 원가 관련 자료공개는 세계적으로 봐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통신사가 주파수 등 공공재를 활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인이 주주인 엄연한 사기업이라는 점에서 원가 공개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개된 통신요금 원가 자료가 이통사가 요금 인상이 필요한 시기에는 잘 다뤄지지 않다가 어느 정도 수익이 발생할 때는 다시금 화두로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이통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도 쉽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양철민·권경원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