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 센터.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일본 취업, 이렇게 준비하자’ 세미나엔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온 취업 준비생으로 붐볐다. 당초 100명 정도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주최 측이 신청자가 몰리면서 급하게 350으로 늘려 잡아야 할 정도였다.
◇뜨거운 일본 취업열기=일본 취업 열기가 뜨겁다. 전경련에 따르면 일본 내 한국인 근로자 수는 2011년 3만619명에서 지난해 5만5,926명으로 80%가 넘게 불어났다. 최근 3년 동안 매년 10%가 넘게 늘어나는 추세다.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한 일본 기업들이 해외 구직자를 향해 취업문을 열어둔 덕분이다. 2013년 이후 아베노믹스 영향 등으로 고용 지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작년 실업률은 2.8%로 24년 만에 처음으로 2%대로 내려앉았다.
갈수록 좁아지는 국내 취업문에 시름하던 취업준비생들이 일본을 향하는 건 이 때문이다. 한국은 일자리 여건이 2010년대 초반에 비해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00명이 59개의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판국이다. 구직자 1명에게 떨어진 일자리가 1.5개 수준인 일본과는 정반대다.
◇근로조건이 어떻기에=일본 주요기업의 올해 신입사원 평균급여는 주요 수당을 제외하고 한 달에 약 226만원 수준이다.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다. 가장 많은 임금을 받는 직종은 의약품업계. 한 달 기준으로 268만원(26만7,333엔) 정도를 받는다. 석유석탄(25만3,757엔), 섬유(25만2,613엔), 화학(24만8,401엔), 정보통신(24만5,894엔)이 뒤를 잇는다. 학위 여부에 따라서도 평균 월 급여 차이는 있다. 고등전문학교 졸업(18만5,958엔), 전문대(18만8,473엔), 대학교(21만5,472엔), 석사(23만7,771엔), 박사(27만7,687엔) 순이다.
일본의 최대 법정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다. 시간 외 근무를 하면 통상임금의 25% 할증임금을 받는다.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다르게 책정된다. 도쿄의 지난해 최저시급은 약 9,570원(958엔)이지만 지바에선 8,700원(868엔) 정도다. 순이다. 전국 평균임금은 약8,500원(848엔)이다.
◇일본 취업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일본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무턱대고 사람을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일본어는 기본이다. 유현주 퍼솔코리아(일본 인재비즈니스업계 대표 기업 퍼솔그룹 자회사) 해외취업부 일본대표는 “상사의 지시와 회의 참여, 회사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일본어 실력은 기본”이라며 “인문계의 경우 일본어능력시험(JPLT) N1, 이공계는 N2 정도의 수준은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펙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서류전형부터 대학과 학점을 따지는 한국과 달리 일본 기업은 성장배경·소통능력·협동력 등 인성에 무게를 둔다. 특히 타국 취준생을 보며 미심쩍어 면접관의 마음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언제든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까하며 미심쩍어 하는 이들에게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일본 유통업계에 근무하는 A씨는 “면접 전형 중 이루고 싶은 일이나 실패 경험 등을 물어보면서 사람을 들여다 보려는 것 같다”며 “할아버지·할머니와 같이 살았다거나 축구·럭비·야구부 등 단체생활을 했다는 평범한 얘기를 듣고서도 가점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일본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각가지 방식으로 의지를 드러냈다. 후쿠오카의 한 호텔에 취업한 B씨는 회사가 해외 지원자들에게 화상으로 면접을 볼 수 있다고 알려왔지만 직접 회사를 찾기로 마음 먹었다. B씨는 “면접 전에 일할 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며 “적극적인 면을 면접 담당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건축사무소에 입사한 C씨는 “대학교에 다닐 때 설계 작품을 정리한 포트폴리오를 전부 일본어로 작성해 제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