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는 것을 선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음에도 경협이 진행되며 북한에 경제적 혜택만 주고 핵무기는 핵무기대로 개발되는 것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많기 때문에 이번에는 예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의 공통된 입장이다.
구체적 액션 전에 남한이 독자적인 남북 경협을 추진할 가능성도 적다. 남한만 경협을 진행하면 한미, 한국과 국제사회 간 대북제재에 구멍이 생기고 실패했을 시 책임을 남한이 온전히 뒤집어쓸 수 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역시 북한에 금전적 이익을 주는 것이므로 남한이 독자적으로 시행할 가능성은 낮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경협은 여건이 조성되고 비핵화나 남북관계 진전이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NPT 복귀·IAEA 사찰 수용땐
美 반대 명분 없어 제재 완화
이르면 9월 2차 회담 열고 논의
‘경협공동위원회’ 재가동 분석도
구체적인 액션으로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수용 등이 거론된다. 북한은 1993년 NPT에서 탈퇴했다. 재가입할 경우 제도권 내에 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NPT 복귀, IAEA 사찰 수용 등이 나오면 먼저 중국에서 제재를 완화할 필요성을 제기할 것이고 미국도 반대할 명분이 크지 않아 자연스럽게 제재 완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까지 미국의 입장은 깐깐하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25일(현지시간) 논평을 통해 “과거 점진적·단계적 접근방법은 실패해왔고 우리는 과거 행정부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취하는 조치마다 보상을 제공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나 ‘당근’을 주겠다는 뉘앙스다. 반면 우리 측은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를 한 후에야 보상을 주는 것은 북한에 너무 가혹한 조치로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으며 단계별로 일정 수준의 경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다소 차이가 있다.
한미 간 이견을 좁히고 국제사회와의 컨센서스가 형성되면 경협 문제는 본격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기는 북미 회담이 끝난 후 이르면 오는 9월께가 될 수 있다. 형식은 남북 정상회담을 또 한 차례 열거나 경제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재가동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현재 청와대 안팎에서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안에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안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때는 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공식수행단 명단에 오르지 않았지만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명단에 오르고 회담장 테이블에도 앉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경협공동위는 2007년 10·4선언에서 부총리급으로 격상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며 가동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