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삼성바이오 회계 논란]대우조선 이어 삼성 사태로 또 휘청...회계법인 '수난시대'

에피스 기업가치 현금흐름법으로 5조 넘게 평가

회계기준 변경 사유 감사조서에 없는 점은 논란

딜로이트안진·삼정KPMG "성실히 소명할 것"

금감원, 기업에 회계처리 민감 사안 상의 주문

뒤늦게 소통강조..."전형적 사후약방문" 지적도




대우조선해양(042660)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회계법인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논란에 다시 술렁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 감리 결과 회계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리며 과거 감사를 진행했던 딜로이트안진·삼정KPMG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딜로이트안진의 경우 과거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인한 징계가 최근에서야 일단락된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파문은 신뢰도에 재차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에 회계처리 시 민감한 사안이 있을 경우 당국과 상의해달라는 주문을 적극적으로 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회계근거를 금감원에 보냈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장이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가운데 기업과 회계법인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뒤늦은 소통을 강조한 셈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3일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기업 입장에서 회계처리 과정의 문제에 대해 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의를 거치면 회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주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형적인 ‘사후약방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전 보다 적극적으로 금감원이 역할을 했다면 정권이 바뀌었다고 회계 결과가 바뀌는 일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분식회계 파장에 휩싸인 딜로이트안진과 삼정KPMG는 지난 1일 금감원으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분식회계 통보를 받고 소명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리는 최고 수위 징계인 만큼 10일 안건이 증권선물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폐지 여부를 심사받게 된다. 특히 분식회계로 최종 결정 날 경우 분식회계 처리 금액의 최대 20%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야 하고 회계법인도 이에 따른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의 소송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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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KPMG와 딜로이트안진은 각각 2015년과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감사했다. 금감원은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종속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부풀려 1조9,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허위로 평가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삼정KPMG가 작성한 감사조서에는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의 합병공시를 앞두고 기업가치 측정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에피스의 기업가치를 현금흐름할인(DCF) 방식으로 추정한 결과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2015년 말 에피스가 제품 판매승인을 받은 후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져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했다고 주장했다. 회계법인과 협의해 바꿨다는 설명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변경되면 보유 지분의 가치평가 방식을 장부가액에서 공정시장가액으로 변경해야 한다. 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91.2%)는 3,000억원 수준에서 4조8,800억원으로 늘어났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년 만에 1조9,000억원대의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감사보고서에 기록됐다. 삼정KPMG와 딜로이트안진은 현금흐름법으로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5조원이 넘게 평가했지만 바이오에피스는 당시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토대로 나스닥 시장 상장을 철회한 점을 금감원은 주목하고 있다.

회계법인들이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변경 사유가 감사조서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회사 측이 주장하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대한 사항도 ‘2016년 감사보고서’부터 적혀 있다. 회계법인은 “연결기준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은 정해진 기준이 없고 실질적인 지배력 기준으로 주석 등 판단의 영역”이라고 주장하지만 금감원 측은 에피스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면 자산을 부풀릴 수 있다고 판단했고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해 감사조서에 누락했다는 것은 자의적인 의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딜로이트안진과 삼정KPMG 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대해 적합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1년 넘게 끌어온 이슈가 왜 현재 시점에서 문제가 됐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우리 회계처리가 맞았다고 판단하고 감리 결과에 대해 잘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전 감리를 진행한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 역시 “우리가 감사했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후 금감원이 크리티컬한 이슈를 발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회계법인 관계자들은 상장 전 감리는 증권선물위원회가 한공회에 위탁하는 것인 만큼 외부의 목소리에 금감원이 특별감리를 나선다면 회계법인의 신뢰는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박시진·박성규기자 see1205@sedaily.com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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