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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종영 ‘라이브’, 노희경이 전한 가치…경찰도 사람이다

노희경 작가 특유의 현실적이고도 긍정적인 시선이 경찰을 향했다. 경찰도 사람이라는 단순하지만 놓치기 쉬운 가치를 전달한 ‘라이브’가 이제 종영까지 1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는 전국에서 제일 바쁜 ‘홍일 지구대’에 근무하며 일상의 소소한 가치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바쁘게 뛰며 사건을 해결하는 지구대 경찰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사진=tvN/사진=tvN



노희경 작가는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다른 장르물은 사건이 중심이고 그것을 풀어가는 영웅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영웅의 이야기, 시원하고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하신다면 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겠다”고 말하며 ‘라이브’가 비록 경찰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기존 장르물과는 다른 결로 풀어질 것을 예고했다.

‘라이브’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모두 현실과 맞닿아있었다. 그래서인지 지난 2회 시위 진압 장면에서는 이화여대 시위를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비판받기도 했다. 당시 제작진 측은 “해당 장면은 말단 경찰들이 처한 모순과 사건을 촉발시킨 주체에 대한 문제를 말하고자 했던 의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상처를 입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해당 장면을 삭제 재편집 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했다”며 사과했다.

비록 논란으로 삭제됐지만, 시위 장면을 넣은 이유가 있었다. 노희경 작가의 ‘라이브’ 기획 자체가 시위 현장에서 시작됐기 때문. 그는 “촛불집회에서 막지도 못하고 같이 참여하지도 못하는 경찰의 눈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 공권력이 아니라 공권력의 희생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작품 구상 계기를 전하며 “내가 직업이 작가인 것처럼 직업이 경찰인 사람일 수 있는 것이다”라며 “풀뿌리 같은 대다수 사람들이 최전방에서 스스로 총알받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고 현장감 있게 다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노희경 작가의 말처럼, ‘라이브’는 두 주인공 한정오(정유미 분)와 염상수(이광수 분)가 경찰 공무원을 택한 이유부터 현실적이었다. 한정오는 일반 기업보다 취업 과정에서 성차별을 덜 겪을 수 있다는 이유로, 염상수는 부모님 앞에서 더 떳떳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직장을 결정했다. 정의감과 사명감보다는 생계라는 현실적 이유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중앙경찰학교를 지나 홍일 지구대에 배치되면서부터는 모든 사건이 현실의 반영이었다. 게임 때문에 아이를 방치한 엄마, 동네에서 벌어지는 성매매, 동반 자살을 택한 모녀, 성폭행을 당하고도 타인의 시선을 더 신경 쓰는 피해자, 양부모의 방치 속에 실종된 아이 등 하나같이 비극적이지만 실제로 뉴스만 틀면 볼 수 있는 사건들. 외면하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로 명백히 존재하는 현실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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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여간 실제 지구대 경찰을 인터뷰하고 자문을 구했다”는 노희경 작가는 그들을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내려 했다. 무엇보다 사건을 대하는 경찰들의 고뇌와 태도의 변화에서 현실성은 더욱 짙어졌다. 이제 막 신입 경찰이 된 한정오와 염상수는 사회 초년생이 겪는 어려움을 표현했다. 일반 직장에도 룰이 있듯 경찰도 지켜야할 매뉴얼이 존재했다. 경찰도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주취자가 경찰을 밀칠 경우 이를 시민으로 봐야 할지 혹은 범법자로 봐야 할지부터 전현직 국회의원의 폭언과 폭력 행사도 감수해야만 하는 경찰의 위치는 경찰이 공권력 그 자체라는 인식을 뒤엎는 에피소드였다. 뛰어난 경찰도 연쇄살인범의 습격에는 속수무책이고 뉴스로 인해 질타가 쏟아지는 모습들도 경찰에 막연히 입혀진 편견을 벗기는 중요한 시도였다.

/사진=tvN/사진=tvN


물론 경찰을 선택하면서 사명감을 중요시한 이들도 있겠지만, 한정오와 염상수처럼 하나의 직업으로 택한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 ‘라이브’는 먹고 사는 게 더 급한 경찰, 성과와 평판을 중시하는 경찰, 동료의 의리와 안전이 중요한 경찰 등 다양한 경찰의 모습을 제시하며 그들에 거리를 두지 않고 사람으로서 받아들이게 했다.

앞서 ‘괜찮아, 사랑이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을 통해 노희경 작가와 호흡을 맞춘 김규태 PD는 이번에도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영상화했다. “누구나 직업적 윤리의식과 개인적인 욕망 사이에서 고민하며 살아갈 것이다. 다만 경찰이라는 직업은 그 괴리감이 가장 큰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괴리감에서 나오는 디테일한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것.

‘라이브’가 말해주는 경찰은 일반 직장인들의 삶과 떨어져있지 않다. 계속되는 업무(사건)로 인해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고 회의감에 빠지기도 한다. 취업의 문 앞에서 허덕이다 경찰 공무원을 준비한 한정오는 고생 끝에 합격했으나 이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피해자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더 강한 경찰이 되자고 마음을 먹고, 그러다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다시 지치고의 반복. 현실적인 고뇌의 수순이다.

노희경 작가는 경찰에 관한 편견을 걷고 그들을 사람으로서 조명했다. 현실적인 사건을 통해 경찰도 부딪히고 넘어지며 성장한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담담하지만 뜨겁게 그려냈다. 현실을 바탕으로 높은 몰입도를 이어온 ‘라이브’가 마지막까지 그 시선을 놓치지 않으며 인생드라마로 남을지 주목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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