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가 미국 정부에 자사에 대한 제재 유예를 요청했다.
7일 중국 매체 신랑망 등에 따르면 ZTE는 전날 홍콩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자료에서 미국산 부품을 7년 동안 사지 못하도록 한 미 상무부의 제재 조치를 유예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추가 자료 제출 요구에도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미국의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ZTE에 대해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못 하도록 한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ZTE는 이번 제재가 경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여러 채널을 통해 조치의 부당성을 호소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ZTE뿐 아니라 중국 최대 통신업체인 화웨이 휴대전화도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미군과 관련 업체 등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초강경 추가 제재를 고려하고 있어 중국의 첨단 산업 지원책을 둘러싼 양국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중국은 베이징에서 미중 대표단이 협상을 벌이고 있던 지난 3일 지방 산업 지원정책을 공개하고 다롄·칭다오 등 14개 지역을 첨단산업 지원정책인 ‘중국 제조 2025’ 시범구로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중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조만간 3,000억 위안(474억 달러) 규모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의 첨단 산업 지원정책에 대한 미국의 강한 불만 표시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이 오히려 보란 듯이 지원 확대 의사를 드러내면서 양국 간 마찰은 통상 문제에서 안보 이슈 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미국 백악관이 미국 항공사의 대만 국가표기에 대한 중국의 수정 요구를 강력 비판한데 대해 홈페이지에 발표한 기자 문답을 통해 “미국 측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하나의 중국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강경 태도를 고수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대만에 그동안 미뤄뒀던 첨단무기 판매 카드를 적극 고려하며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준공 예정인 미국재대만협회(AIT) 타이베이 사무처 신청사의 준공식에 미국 고위급 인사가 참석하거나 미국 해병대 병력이 신청사 경비를 맡게 될 경우 미중 양국의 마찰이 한층 더 격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