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오는 2020년 ‘글로벌 7대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국 바이오 산업의 현실을 외면한 ‘유리벽’이 성장동력을 가로막고 있다는 불만이 여전하다. 산업 기술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도 중요하지만 정작 바이오 기업의 경영 애로사항인 회계처리나 특례상장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이 수반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논란과 끊이지 않는 주요 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처리 문제가 대표적이다. 바이오 기업의 특성상 공장을 준공하고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기존 산업군의 잣대에서 모든 것을 재단하다 보니 회계 문제에서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글로벌 수준에 맞는 회계처리 기준을 마련하되 바이오 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독자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선진국 수준의 바이오 기업 육성책이 당장 마련될 수 없다면 마음껏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라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현주소를 반영한 회계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는 기술특례상장제도 역시 바이오 기업에 특화된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술특례상장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상장된 기업은 총 43개이고 이 중 36개가 바이오벤처기업이다.
겉으로만 보면 기술특례상장제도는 바이오 기업이 상장을 통해 단숨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처럼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로또보다 어려운 게 기술특례상장”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초 취지와 달리 기술력보다 실적과 매출 위주로 기업을 평가하는 바람에 선뜻 기대를 갖고 상장 준비에 나섰다 고배를 마시는 기업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설령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5년 이후부터 매출 30억원을 넘기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또다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상장폐지로 이어진다.
벤처투자회사인 인터베스트의 임정희 전무는 “기술특례상장에 성공하려면 외부 평가기관으로부터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제품이 없고 매출이 저조한 바이오벤처 기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곳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라며 “바이오 기업에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바이오 기업의 특수성과 바이오 생태계의 연속성을 감안해 바이오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춘 전향적인 제도를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