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짙어지는 이·이 전쟁 그림자...유가 70달러 넘었다

'이란 핵합의 폐기' 결정 D-5

이란-이스라엘 전면전 우려 속

이스라엘 "모든 시나리오 대비"

이란 "철저히 방어할 것" 받아쳐

이스라엘, 의회 승인 안 거치고

총리가 전쟁 선포하는 법안 통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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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 폐기 시한을 앞두고 미국의 혈맹인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전쟁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철회 위협이 현실화하면서 이란이 핵무기 보유를 위한 핵 활동을 재개할 경우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폭격에 나서면서 양국 간에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동의 긴장감이 연일 고조되면서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방송 알아라비야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은 더는 ‘만약’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며 “이란 정권은 이스라엘에 어떻게 대응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 중이고 이 시점에 이란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대응할지가 아니라) 대응의 시점과 장소”라고 양측의 군사적 충돌이 임박했음을 전했다.




0815A12 WTI


당사국 지도자들도 서로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면서 직접적인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말 폭탄’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우리는 이란의 침략을 막을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전쟁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권리를 철저히 방어할 것이고 트럼프와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은 우리 민족이 단결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양국의 위협은 ‘구두경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전쟁을 위한 기반 마련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의회 승인 없이 총리가 전쟁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상태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국방장관의 찬성만 있으면 총리는 군사작전을 지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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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치러진 레바논 총선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의 승리가 유력해진 점은 이란에 유리한 여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국경을 접한 시리아에 이란의 병력과 무기가 이스라엘에 큰 위협이 된다고 보고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인접국인 레바논 정권을 헤즈볼라가 장악하는 것은 이스라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레바론 헤즈볼라는 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 조직과 함께 이란의 전위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중동 정세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서방국가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서방국가 들은 중동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핵심 원인인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폐기를 막기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트럼프 정부를 거듭 압박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핵 합의를 없애면 이란만 이득”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맥 손베리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최선은 핵 합의 탈퇴 시한을 연기하고 프랑스·영국이 다른 합의를 끌어내는지 보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 탈퇴 여부를 결정할 시한을 연기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중동의 긴장감이 고조되자 유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WTI는 배럴당 70.40달러로 2014년 11월 이후 약 3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0.4%(26센트) 오른 75.13달러를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핵 합의 파기 시한을 앞두고 산유국인 이란의 수출감소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미국 주도로 대이란 제재가 재개될 경우 세계 소비량의 1%에 해당하는 월 100만배럴가량의 원유공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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