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강국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해운 재건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국내 유일의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011200)은 과거 경영 악화로 매각한 부산신항만 터미널의 운영권을 되찾아오는 등 무너진 해운업을 다시 세우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15일 부산항 신항에서 현대상선과 싱가포르계 항만 운영사인 PSA의 부산항 신항 4부두 공동운영 기본합의서 체결식을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앞으로 현대상선과 PSA는 부산항 신항 4부두(HPNT) 지분을 각각 50% 보유하고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상선이, 최고재무관리자(CFO)는 PSA가 임명해 공동 운영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HPNT 지분과 운영권을 되찾아오면서 항만 이용료 부담을 줄이는 한편 전용 터미널 확보로 화주에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선박 대기 방지를 통한 연료유 절감 및 정시성 확보가 가능해졌다. HPNT는 지난해 현대상선의 전체 처리 물동량 약 400만TEU 중 약 30%인 120만TEU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또한 이번에 부산·광양·경남 지역 내 터미널 운영·취득·개발 제한조항을 삭제함으로써 향후 터미널사업 진출을 통한 안정적 고수익 추구가 가능해졌으며 터미널 운영 경험 축적을 통해 터미널 운영사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향후 터미널사업 진출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얼라이언스 선사의 부산 기항 유도를 통해 부산항 환적 물량 및 수익 증대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양선사인 현대상선뿐만 아니라 연근해 선사 지원 방안도 마련됐다. 앞으로 HPNT에는 한국해운연합 부산항 신항 전용선석이 마련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신항은 원양 선사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연근해 선사는 기항할 선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해운 재건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기회비용을 너무 크게 치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상선이 2년 전 정부의 판단 착오로 헐값에 매각한 자산을 2~3배 높은 가격에 되사오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애초 HPNT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2010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재무적투자자(FI)인 뉴오션웨이유한회사에 HPNT 지분 50%-1주를 넘겼으며 이후 IMM인베스트먼트가 이를 2,500억원에 샀다. 특히 당시 현대상선은 FI에 지분을 넘기면서 항만 이용료율을 올리는 불리한 계약 조건을 떠안아야 했다. 또한 오는 2023년까지 연간 최소 70만개 물동량을 보장하고 미달 시 패널티를 부여하는 한편 매년 일정 수준의 요금 인상 조건과 부산항 입출항 시에는 HPNT만 이용하도록 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다만 이때만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다. 현대상선이 지분 50%+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운영권도 가지고 있어 향후 항만 사용과 관련해 협상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2016년 유동성 위기 당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요구로 PSA에 지분 40%+1주를 매각하면서다. 현대상선이 대주주 지위를 잃어버리면서 운영권도 넘겼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현대상선은 PSA에 지분 40%+1주를 800억원에 매각했다. 2년 전 IMM인베스트먼트가 HPNT 지분을 매입할 당시와 비교하면 헐값이다. 현대상선이 이번에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지분을 되사오는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과거 2,500억원에 넘긴 지분(50%-1주) 중 40%를 되사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2,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800억원에 잃어버린 HPNT 운영권을 최소 2~3배 높은 가격에 되찾아오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고병기·강광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