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절대 권력이 공고해짐에 따라 과거 마오쩌둥 시대를 연상케 하는 개인숭배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홍콩 매체 빈과일보에 따르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의 관영매체 선전특구보는 지난 8일 선전 공무원들의 시진핑사상 학습 열풍을 전하면서 ‘시진핑 총서기의 말씀과 정신을 뼈에 새기고 피에 녹여 실천하자’라는 문구를 썼다. 굵은 글씨로 강조된 이 문구는 사실 마오쩌둥 시대의 개인숭배에 쓰이던 문구였다. 마오쩌둥이 주도하던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시절 중국 곳곳의 공공장소에는 ‘마오쩌둥 주석의 지시를 머리에 새기고 피에 녹여 실천하자’ 등의 문구가 나붙었다. 선전특구보의 이 문구가 중국 소셜미디어 등에서 퍼져나가자 중국 지식인들은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를 앞장서 주창했던 선전특구보가 이렇게 변할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 남순강화는 1992년 덩샤오핑이 상하이, 선전, 주하이 등을 순시하며 개혁개방의 확대를 주문한 것을 말한다. 이들 도시를 비롯한 중국 남동부 연안 지역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정치학자인 룽젠은 “개혁을 부르짖었던 선전특구보가 이제 순천시보(順天時報) 같은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순천시보는 청나라 말 군벌 위안스카이(袁世凱·원세개)가 신해혁명으로 탄생한 중화민국 정권을 장악하고 1915년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오르려 하자,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황제 등극을 돕기 위해 만든 거짓 선전 매체다.
빈과일보는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가 갈수록 마오쩌둥 시대를 연상케 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군은 마오쩌둥 어록을 본뜬 ‘시진핑 어록’을 만들어 사병들에게 배포했다. 문화대혁명 당시 유행한 마오쩌둥 찬양가처럼 시진핑 찬양을 담은 노래도 암묵적인 국가 지원 아래 불리고 있다. 게다가 마오쩌둥 개인숭배에 쓰였던 ‘위대한 영수’, ‘위대한 총사령관’, ‘위대한 조타수’ 등의 호칭을 본떠 시 주석에게도 ‘영수’, ‘조타수’ 등의 호칭이 서슴없이 붙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과일보는 2012년 2월 원자바오 총리가 퇴임하면서 “문화대혁명 잔재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며, 그 비극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상기시키면서 중국 내에서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