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오전 3시께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특히 “11일부터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 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있다”고 지적하며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낭하여 벌어지고 있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맥스선더 훈련은 한미 공군이 지난 11일 시작해 오는 25일까지 실시하는 군사 훈련이다. 총 100여대의 훈련 참가 기종 중에는 스텔스 전투기인 F-22 8대, 장거리폭격기 B-52 및 고성능 전폭기 F-15K 등이 포함돼 있다. F-22 8대의 한미연합훈련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판문점선언’에 군사적 긴장완화 노력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음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과 미국은 역사적인 4·27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대규모의 연합공중훈련을 벌려 놓음으로써 지금까지 우리가 보여준 평화 애호적인 모든 노력과 선의에 무례무도한 도발로 대답해 나섰으며 선언 이행을 바라는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커다란 우려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주동적이며 아량있는 노력과 조치에 의해 마련된 북남관계 개선과 조미대화 국면이 이번 전쟁연습과 같은 불장난 소동을 때도 시도 없이 벌려놓아도 된다는 면죄부라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특히 남조선 당국은 우리와 함께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약속하고서도 그에 배치되는 온당치 못한 행위에 매달리고 있으며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놓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또한 “선의를 베푸는 데도 정도가 있고 기회를 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은 그 어느 일방의 노력으로써는 이행될 수 없으며 쌍방이 그를 위한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힘을 모아 조성해나갈 때 비로소 좋은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북측이 ‘인간쓰레기’ 운운하는 것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최근 국회 강연 및 저서 출간기념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문제 삼은 대목 등을 겨냥한 조치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은 “북남고위급회담이 중단되게 되고 첫걸음을 뗀 북남관계에 난관과 장애가 조성된 것은 전적으로 제정신이 없이 놀아대는 남조선당국에 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리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 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북미) 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를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맥스선더훈련 등에 대한 책임을 미국이 아닌 남한으로만 한정 지은 것은 북미정상회담의 판 자체까지는 아직 뒤집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남한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당국’으로 책임 전가 범위를 좁힘으로써 남북정상간 소통단절까지는 아직 감행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대신 한미군사훈련을 문제삼음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한미가 공조해 진행하고 있는 최대 강도의 대북 제재 및 압박 구도에 구멍을 내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낳게 됐다. 또한 한반도비핵화 담판의 과정에서 북한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며 한미를 길들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게 됐다.
한편 통일부는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나온 이후 “북측은 오늘 0시 30분께 리선권 단장 명의의 통지문에서 우리 측의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