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상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국무부) 고위관리들은 ‘선 핵 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미사일·생화학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앞둔 지금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튀어나오고 있는 것은 극히 온당치 못한 처사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단계마다 보상을 주지 않으면 비핵화 로드맵에 올라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북한은 여러 차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강조해왔다. 또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폐기에도 부정적인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비핵화를 한다면 핵과 관련된 것만 협상해야지 생화학무기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일종의 주권침해라는 것이다. 실제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WMD와 관련해 “북한이 일단 공약한 것은 비핵화인 만큼 합의를 끌어내려면 공약을 토대로 해야 한다”며 협상이 WMD로 확대되는 것에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북한은 리비아와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강조했다. 김 부상은 “핵 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망발은) 대국들에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며 “세계는 우리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 데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는 3단계에 걸쳐 비핵화를 완료했는데 매 단계마다 금융거래, 투자 허용→연락사무소 설치→대사관 승격 등의 ‘당근’을 줬다. 리비아보다 높은 수준의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비핵화 단계마다 더 많은 당근을 얻어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