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안내원이 23일 정부 수송기 편으로 북한 강원도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한 남측 공동취재단을 안내하고 있다./외교부공동취재단지난 12일 북한이 외무성 공보를 통해 초청한 한국·미국·중국·영국·러시아 등 5개국 취재진이 우여곡절 끝에 23일 오후 모두 북한에 집결했다. 이들은 북한 핵 개발의 상징인 풍계리를 직접 방문해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함께 취재하게 됐다. 북한 비핵화의 첫걸음인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24일 오후께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을 제외한 4개국 취재진은 하루 앞서 22일 베이징에서 북한 고려항공을 타고 원산으로 이동했다. 한국 취재진은 23일 오전 북한 당국의 늑장 방북 허용에 이날 낮12시30분 서울공항에서 급히 정부 수송기 VCN-235를 타고 오후3시께 원산 갈마비행장에 내렸다.
5개국 취재진은 이날 오후7시께 길면 20시간도 걸릴 수 있는 풍계리행 여정을 시작했다. 원산역에서 풍계리 인근 재덕역까지는 총 416㎞로 서울~부산 거리와 비슷하지만 북한 현지 선로 사정 탓에 열차가 시속 35㎞ 정도로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16~17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구간이다. 재덕역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의 거리는 21㎞다. 핵실험장은 해발 2,205m의 만탑산 계곡에 위치해 있다. 산간 비포장길이어서 이동이 쉽지 않다.
풍계리에는 이미 취재진을 위한 별도의 전망대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5일(현지시간) 위성사진 판독을 통해 전망대 설치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한 데 이어 22일에는 도로 정비 등의 추가 준비가 계속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폐기 행사는 풍계리의 1~4번 갱도 중 아직 사용 가능한 3~4번 갱도를 대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행사 관련 공식 일정 발표는 없지만 북측 관계자는 남측 취재진에게 “내일(24일) 일기 상황이 좋으면 (핵실험장 폐기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핵 전문가가 아닌 취재진의 ‘맨눈’ 확인으로 핵실험장 폐기의 수준을 가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측 세관은 우리 취재진이 자체적으로 준비해 간 방사능 측정기를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압수해 출경할 때 돌려줄 예정이다.
/외교부공동취재단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