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이나 경찰을 사칭해 돈을 뜯어내는 보이스 피싱 사기수법이 진화하면서 피해가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은 최근 사용되는 보이스 피싱 사기수법을 23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사기수법은 검찰이나 경찰 등을 사칭해 사건에 연루됐다고 속이는 ‘정부기관 사칭형’과 급전이 필요한 사정을 악용하는 ‘대출빙자형’ 두 가지다. 정부기관 사칭형은 주로 ‘서울중앙지검’이나 ‘첨단범죄수사부’, ‘사기단 검거’, ‘귀하 명의의 통장 발견’, ‘자산보호조치’ 등의 문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검찰 수사관이나 경찰로 소개한 뒤 ‘금융범죄 사기단을 검거했는데, 귀하 명의의 통장이 발견됐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상황을 제시하고 전문용어 등을 섞어가며 고압적인 말투로 접근했다. 이어 범죄에 연루됐으니 조사가 필요하다며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면 안된다며 제3자 도움을 차단했다. 사기 피해자이니 자산보호조치를 취해 주겠다며 계좌 잔액 등을 물어 자산이 충분하면 다음 사기 단계로 진행했다.
사기범들은 불법 여부를 확인한 후 돌려 주겠다며 ‘국가안전계좌’ 등으로 자금을 송금하거나 직접 전달하도록 유도했다. 또 은행 창구에서 돈을 인출할 때는 은행 직원의 보이스 피싱 예방 질문을 회피하기 위해 이를 위한 대응 방법을 지시하기도 했다.
대출빙자형 사기에는 ‘정부정책자금’, ‘대출 승인’, ‘저금리’, ‘채무 한도 초과’, ‘채무 상환’, ‘당일 수령’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 사기범들은 자신을 금융회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전문 금융 용어를 사용하며 정부정책자금 등을 통해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며 접근했다. 이어 대출 상담을 위해 필요하다며 소득 및 계좌정보 등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대출이 부결됐지만 자신이 노력으로 조건부 승인됐다며 피해자 신뢰를 얻어냈다. 또 환급절차, 개인정보 유출 방지, 정보 활용 동의 등을 언급하며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기존 대출을 상환하면 바로 저금리로 대출금을 받을 수 있으니 특정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검찰이나 경찰, 금감원 등 정부기관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됐다고 하거나 금융회사를 사칭해 대출해준다는 전화를 받으면 일단 보이스 피싱을 의심하라고 조언했다. 보이스 피싱이 의심되면 통화 상대방의 소속기관과 직위, 이름을 확인한 후 전화를 끊는 것이 가장 좋으며, 해당 기관 공식 대표번호로 직접 전화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대출 승인은 금융회사 내부 여러 단계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되므로, 신용등급 단기상승이나 조작 등으로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은 100% 사기”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보이스 피싱 지킴이’ 홈페이지(phishing-keeper.fss.or.kr)에서 보이스 피싱 피해자들이 신고한 사기범 목소리(일명 ‘그놈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