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 등 일당 검거

허위 유령법인을 설립한 뒤 해외에 서버를 둔 ‘밤토끼’라는 사이트를 제작해 국내 웹툰 9만여 편을 불법으로 게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일당은 이 사이트가 인기를 끌자 도박사이트 광고 등 배너 광고료 명목으로 10억원 상당의 돈을 챙겼다. 이번에 단속된 ‘밤토끼’는 월 평균 3,500만명, 일 평균 116만명이 접속해 국내 웹 사이트 방문자 순위 13위에 해당하는 국내 최대 웹툰불법유포 사이트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이 같은 혐의(저작권법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국내 최대 웹툰 불법유통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이자 프로그래머인 A(43) 씨를 구속하고 서버 관리와 웹툰 모니터링을 한 B(42·여)·C(34)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또 캄보디아로 달아난 D(42)·E(34) 씨를 지명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2016년 10월부터 최근까지 ‘밤토끼’ 사이트에 국내 웹툰 9만여 편을 불법으로 게시하고 도박사이트 배너 광고료 명목으로 9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A 씨는 2016년 유령법인을 만든 뒤 인천의 한 오피스텔을 빌려 테스트 서버와 컴퓨터 등을 마련하고 미국에 서버와 도메인을 둔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를 개설했다.

신작 웹툰을 사용자들의 구미에 맞게 주제별, 회수별, 인기순 등으로 보기 쉽게 정열하는 방법으로 유명세를 탔고 이에 도박사이트 등으로부터 배너광고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겼다. 사이트 개설 당시에는 배너 광고 한 개에 월 200만원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1,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사이트 운영 규모가 커지자 A 씨는 지난해 6월 사이트 운영과정에서 알게 된 캄보디아에 있는 D·E 씨를 동업자로 영입해 운영했지만, 같은 해 12월 수익금 문제로 다툼이 발생해 동업 관계를 정리했다. 이후 국내에 있는 B·C 씨를 고용해 서버관리와 웹툰 모니터링 등을 맡기고 운영해 왔다.

A 씨는 ‘밤토끼’를 운영하면서 수시로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교체했으며, 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광고 상담을 할 때는 해외 메신저를 이용하는 등 범행에 치밀함을 보였다. 광고료는 비트코인 등 암호 화폐를 통해 받았고, 타 불법사이트에서 먼저 유출된 웹툰만을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올리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했다. 경찰조사 결과 A 씨는 독학으로 배운 프로그래밍 기법을 이용해 간단한 조작만으로 타 불법사이트에서 올린 웹툰을 가져올 수 있는 자동추출 프로그램을 제작해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압수 수색과정에서 A 씨 차 안에 있던 1억2,000만원과 미화 2만 달러를 압수하고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광고료로 받은 암호 화폐인 리플 31만 개(취득 당시 4억3,000만원 상당)를 지급 정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웹툰과 같은 저작물을 인터넷에 무단으로 유포할 경우 유포자인 사이트 운영자 뿐만 아니라 이를 받아 보는 이용자들도 복제권을 침해한 범죄로 처벌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웹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웹툰시장은 7,240억원대 규모 이상으로 A씨가 운영한 ‘밤토끼’로 인해 2,400억원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웹툰업계는 네이버, 다음, 탑툰, 레진, 투믹스 등을 상대로도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