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北 체제보장·지원 약속 앞서 진정성부터 확인하라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보상조건이 공개됐다. 최근 두 차례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검증작업 범위 등 요구조건을 명확히 설명했고 김 위원장도 체제안전 보장과 평화협정 체결, 경제적 지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체제 보장, 남북 긴장상태 해소, 경제지원의 빅딜로 이뤄질 것이라는 뜻이다. 실현된다면 남북미가 윈윈하는 모델이 될 수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북측이 미국에서 요구하는 ‘진짜 비핵화’를 이행할지 의구심은 여전하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핵 전문가는 빼고 5개국 언론인만 참관을 허용했다. 폭파 장면은 공개하되 핵 사찰은 아직 허용하지 않겠다는 표현이다. 핵실험 중단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기보다 현장의 흔적을 지워 핵무기의 종류와 규모를 판단할 수 있는 증거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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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을 이해한다고 하고서는 공군훈련을 핑계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한 것이나 김계관 제1부상과 최선희 부상 같은 외무성 대미 라인을 통해 미국을 연일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도 심상찮다. 협상의 판 자체를 깨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호락호락하게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도 않겠다는 속셈이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이 커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연속 회담 연기 또는 취소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도 북한의 태도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터이다.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 또는 협상에서 수없이 많은 약속 파기를 목도해왔다. 이번만큼은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남북미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대규모 경제지원을 약속하기 전에 북한으로부터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보장장치를 받아내는 것이 시급하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은 풍계리 이벤트나 김 위원장의 입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증명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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