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선별 출석’하겠다는 요구를 했다가 법원에서 거절당한 것에 대해 “건강 상태가 이 정도인 걸 이해 못하는 것 아니냐”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28일 오후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한 뒤 기자들에게 이 같이 말하며 “(대통령께서)약간 화를 내셨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을 연기해 달라고 하면 지연시킨다는 비난을 받을까 싶어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 진행이 가능한지 물었고, 의사 표시를 하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 불출석 재판이 진행된다고 들어 그렇게 한 것”이라며 “왜 문제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정식 공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아 재판이 12분 만에 끝났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건강상 증거조사 기일에는 출석하기 어렵다며 재판부에서 피고인에게 직접 확인할 게 있어 출석을 요청할 때만 법정에 나오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이 증거조사 기일에 출석할 필요가 있는지를 스스로 결정할 권한은 없다”면서 매 기일 출석할 것을 명했다.
재판부는 “지난 재판에서 본 바로는 출석하지 못할 정도의 건강 상태는 아니라고 보인다”며 “형사 절차에서 피고인이 선별적으로 재판에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은 어떻게 보면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런 설명을 듣고도 다시 불출석 사유서를 낸다면 출정 거부로 판단하고 형사소송법 규칙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강 변호사는 “법정에서 변론할 기회를 갖겠다는 것은 자기 권리이고, 그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 역시 자유의사”라는 입장을 보인 뒤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해 재판부의 출석 명령 사실을 전했다. 강 변호사는 접견에서 이 전 대통령이 향후 예상되는 진행 상황을 물어 인치 가능성 등 법에 정해진 절차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앞으로의 재판도 건강 상태를 보고 참여 여부를 결정하실 듯하다”며 “재판 출석이 피고인의 권리이지 의무로 볼 수는 없다는 제 의견이 밑받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