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방송된 tvN 새 예능프로그램 ‘식량일기 닭볶음탕 편’ (이하 ‘식량일기’) 첫 회에서는 서장훈, 이수근, 보아, 박성광, NCT 태용, 오마이걸 유아, 닉이 한 그릇의 닭볶음탕을 만들기 위해 달걀을 부화시키고 직접 작물의 모종을 심는 모습이 그려졌다.
최대의 난제는 직접 키운 닭을 잡아서 먹을 수 있겠느냐하는 것이었다. 앞서 예고 영상이 공개됐을 때 가장 많은 우려를 받은 부분이기도 했다. 서장훈은 “우리가 키운 닭을 잡아먹는 것에 시청자들의 굉장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분히 의식할 만한 문제였다.
서장훈 외에 다른 출연진들도 저마다 우려를 나타냈다. 보아는 “본인이 키운 닭을 잡아먹을 수 있나”라며 “죽여야 돼?”라고 물었다. 태용 역시 “직접 키워서 잡아먹나”라고 반문했고, 유아는 “모이 주고 사랑으로 키운 병아린데”라고 시무룩해 했다.
이 같은 고뇌를 인식한 제작진은 각각 진중권 교수와 최훈 교수를 통해 식량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를 소개했다. 진중권은 “이 프로그램 콘셉트를 들었을 때 ‘곤란하다. 나가면 욕 바가지로 먹겠다’라고 생각했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최훈은 “사실 토론 거리가 아니다. 양계장 닭이나 여기서 키운 닭이나 똑같다”는 의견이었다.
닭이라는 동물을 관계를 맺는 대상을 보느냐 식량으로 보느냐의 차이였다. 진중권은 “탄생을 기뻐하고 성장을 지켜보면 감정 이입의 존재”라고, 최훈은 “관계보다 존재의 의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감정 이입이 식량 본질을 흐리지 않는다”고 덧붙였고, 제작진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시청자에게 함께 고민할 거리를 던졌다.
이는 사실 어느 한쪽이 옳다 혹은 그르다 할 수 없는 문제. 진중권과 최훈의 대립처럼 출연자들 역시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결국 달걀에서 병아리를 부화시키고, 그것을 닭까지 직접 키운 출연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게 그려질 것을 예상케 했다.
사실 ‘식량일기’의 주된 목적은 ‘직접 키운 닭을 잡아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알아보자’가 아니라 ‘한 그릇의 닭볶음탕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지 알아보자’다. 달걀을 부화시키는 것 외에 농사짓기에 도전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인 것.
이 과정에서 실제 농부의 아들인 이수근이 보여주는 능숙함과 그의 지적을 받는 박성광의 투덜거림, 큰 덩치와는 다른 서장훈의 세심함은 제법 유쾌한 케미를 자아냈다. 또한 농사일에 익숙하지 않은 보아를 비롯해 유아, 태용 등 젊은 피가 보여줄 활약도 기대감을 모았다.
이날 출연자들은 달걀을 부화기에 넣고 21일을 기다리는 과정과 도심 속에 농장에 직접 거름을 펴고 삽질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앞서 재료를 사왔을 때는 금세 만들어진 닭볶음탕이 사실은 몇 달이 넘는 시간과 적지 않은 노력을 통해 완성된다는 것을 보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 것.
이들은 농장에 입주하고 부화한 병아리를 육추기에 옮기는 등 더욱 본격적인 ‘닭볶음탕 만들기’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출연자와 시청자들은 노동의 가치와 기쁨을 함께 느끼게 될 터. 또한 식량으로 대해야할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애정을 주고 있는 병아리가 닭이 되면서 출연자들이 어떤 변화를 맞게 될 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