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20%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다. 미국으로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선제적 감축에 나선 것이다. 값싼 이란산 원유 수입이 막히거나 물량이 크게 줄면 가뜩이나 상승세인 국내 기름 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국내 정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억4,000만배럴에 달하는 이란 원유 수입 규모를 20% 내외로 줄이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8일 이란 핵협정 탈퇴에 서명한 미국은 오는 11월 이란 석유 수입 금지 조치에 들어가고 이를 어긴 국가에는 ‘세컨더리’ 제재를 예고한 상태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국무부에서 원유 수입 감축 의지를 토대로 원유 수입 예외국을 지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국내 정유사와 감축 규모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국내 정유사는 현대오일뱅크와 SK이노베이션 등 두 곳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20% 안팎의 수입을 줄이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아직 정확한 수치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국내 정유 업계와 감축 규모를 확정한 후 미국 국무부와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 예외 여부를 협의할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이란 강경 기조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유예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 수급 문제가 우려된다. 아울러 국내 기름 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란산 원유가 배럴당 5~6달러 정도 싸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가 싸기는 하지만 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대 초반으로 국내 기름 값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