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버스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와 버스 업계가 탄력근무제 도입에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버스기사 임금 감소 보전 등에 ‘재정’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재정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사 합의에 따라 ‘3개월 탄력근무제’를 시행할 경우 버스 운전자가 한 주에 80시간까지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유권해석도 처음 나왔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그리고 자동차노동조합연맹과 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31일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 서명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서명식은 올 들어 노선버스 업종이 근로기준법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당장 다가오는 7월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으로 맞춰야 하고 내년 7월1일부터는 재차 주당 52시간으로 줄여야 하는 데 따른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노사정 합의에 따라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자의 임금 감소에 대한 보전과 운전자 신규 채용을 위한 재정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운전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기존 버스 운행 횟수를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이렇게 하려면 당장 인력 증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현실에 맞지 않게 근로시간을 줄여놓고 또 재정을 투입해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사정은 또 합의문에서 노선버스 운행이 현재와 같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내년 6월 말까지 버스 운행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하기로 했다. 정부는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2주’ 또는 ‘3개월 단위’로 탄력근무제를 허용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노선버스 업계가 올해 7월1일부터 최대 주 80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2주 단위 탄력근무를 도입하면 첫 주는 76시간, 둘째 주는 60시간을 근무하면 법을 준수할 수 있게 된다. 2주 단위로 하면 한 주에 최대 76시간, 3개월 단위로 하면 최대 80시간까지 가능해진다. 당장 업계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했다지만 운전자의 과도한 업무로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며 노선버스업을 근로기준법 특례업종에서 제외해놓고 업계가 반발하자 결국 당초 취지와 어긋나는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탄력근로제를 확대한다고 해서 현장에서 실제로 노사 합의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의문”이라며 “이런 식으로 재정을 계속 투입할 바에야 전국 노선버스를 더 이상 민간이 아닌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이종혁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