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13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승부처를 꼽자면 단연 서울시장 선거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상징성을 갖는데다 서울시장 선거에 승리할 경우 단숨에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를 수 있어 ‘미니 대선’으로도 불린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서울시장 후보 3인의 유세현장을 동행 취재해봤다.
朴, 청소노동자 고충 들으며 개시
송파·노원 돌며 ‘낮은 자세’ 강조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첫 유세에서 ‘노동’을 강조하며 서울 곳곳을 누볐다. 기호 2번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경제’를 외치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집중 공격했다. 기호 3번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박 후보의 최대 약점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를 정조준하며 ‘안전’을 부각했다. 세 후보의 행보는 야당 후보들의 공세를 박 후보가 방어하는 형세를 뗬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1시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에서 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의 고충을 들으며 선거운동을 개시했다. 그는 “시민이 머물렀던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해주고 쾌적한 새날을 선사해주는 지하철 청소노동자들부터 찾아뵀다”고 밝혔다. 정부 여당의 고공 지지율에 취하지 않고 ‘낮은 자세’로 선거에 임하겠다는 박 후보의 의지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이후 재보선 최대 격전지인 송파을을 포함해 중랑구와 노원구를 찾으며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金, 동대문시장서 유세 스타트
“장사 힘들어져” 경제정책 조준
김 후보는 오전1시께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동대문시장은 김 후보가 지난 1947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서울대에서 재적된 후 재단 보조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했던 곳으로 김 후보에게 의미가 깊다. 공식 선거운동 첫 일정으로 시장을 찾은 것은 문재인 정권의 경제 파탄을 부각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그는 “특히 ‘장사가 안 된다’ ‘알바 구하기조차 어렵다’ 하고 서울 시내에 빈 상가도 많은데 어려운 시민들과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칼끝을 박 후보에게 돌렸다. 김 후보는 오전10시30분 서울역 광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중구·용산구·마포구·동작구·관악구·강남역 등 재래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安, 경찰서 지구대로 첫 행보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생명”
안 후보는 첫 행보로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를 방문했다. 경찰서 행보는 구의역 사고 등 박 시장의 최대 약점인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그는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이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핵심공약 실현의 거점이 될 구로구에 공을 들였다. 그는 개봉역에서 시민들과 아침 인사를 나눈 뒤 “서울개벽으로 (미세먼지로부터) 서울시민의 건강을 꼭 찾아드리겠다”고 박 시장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서울개벽 프로젝트는 안 후보의 핵심공약으로 서울 14개 구 총 57㎞ 국철 구간을 지하화하는 사업이다. 이후 안 후보는 구로3동 성당을 찾은 뒤 “이곳이 제 초심”이라며 이곳을 찾은 배경을 설명했다. 안 후보는 의대 재학 시절 ‘가톨릭청년회’ 소속으로 구로구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며 정치에 뜻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과 시장 등 서울 곳곳에서 여야 후보들이 열정적인 선거운동을 펼쳤지만 지지율 격차를 보여주듯 시민들의 반응은 갈렸다. 박 후보의 면목역 유세현장에는 200명가량의 구민들이 운집해 ‘박원순’ ‘추미애’를 연호해 여당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반면 야당 후보들의 선거 유세현장은 지켜보는 시민보다 선거운동원이 더 많이 보이는 등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박우인·하정연·양지윤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