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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많은 인파가 찾는 강원도 동해시 무릉계곡 인근에는 최대관광지 이미지와는 다른 낯선 공장이 들어서 있다. 시멘트 단일생산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쌍용양회 동해공장이다. 지난 1일 찾은 동해공장은 도착 1Km 전 위치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다.
석회색을 상징하는 상아색상으로 도색된 생산시설은 굉음을 내며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굴뚝에서는 하얀 수증기가 쉴새 없이 분출됐다. 그 사이를 같은 색깔의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바쁘게 오갔다.
이 공장은 인근 동해광산과 신기광산에서 채집된 석회석을 원료로 연간 1,150만톤의 시멘트를 생산한다. 완제품으로서 시멘트의 직전 단계이자 시멘트가 가루로 분쇄되기 직전 작은 알갱이 형태인 클링커를 구워내는 대형 회전가열로(킬른)가 7기, 여기서 만들어진 클링커를 분쇄하는 시멘트밀이 5기 구축돼 있다.
동해공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광경은 폐열발전설비였다. 쌍용양회는 한앤컴퍼니로 인수된 이후 1,100억원을 들여 총 11기의 폐열발전설비를 만들었다. 킬른 보일러의 폐열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이 설비는 현재 절반 가량이 완공됐으며 8월 중순 이후 100% 가동이 예정돼 있다. 부지 한 가운데는 나머지 시설에 장착될 거대한 닥트 등 설비부품들이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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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양회가 대단위 투자에 나선 것은 비용절감을 위해서다. 시멘트는 간단하게 보면 ‘석회석 채굴-원료생산-클링커 생산-출하’ 등의 순서를 거쳐 최종 생산된다. 이중 화석연료, 전기료 등 연료비용이 원가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현장에서 만난 추대영 쌍용양회 동해공장 공장장은 “동해공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료만 연간 1,000억원 가량이 드는데 폐열발전설비가 완공되면 3분의 1인 330억원 이상을 줄일 수 있다”며 “시멘트 제조원가의 30% 이상이 원료비인 상황에서 원가절감은 시멘트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쌍용양회 동해공장은 폐열발전설비 도입에 앞서 잇따른 비용절감 조치를 단행했다. 올 4월에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설치했고 지난해에는 킬른버너 교체, 북평공장 PGR 설치, 1호 킬른 쿨러 교체 등으로 연간 50억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해졌다.
정하양 쌍용양회 동해공장 관리실장은 “전략량 소비가 적어 가격이 싼 심야전력을 배터리에 충전해둔 뒤 주간시간대에 활용하는 ESS 장치를 통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며 “모든 시멘트기업들이 원료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해공장 시설견학을 마치고 8Km 가량 달리자 항만 바로 옆에 쌍용양회 북평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해군1함대 사령부가 인근에 있고 해외선원 출입구역이어서 밀수 등을 차단하기 위해 출입시 신분확인이 필수인 이 공장은 남북경협이 시작되면 북한으로 시멘트를 실어나를 전진기지가 될 전망이다. 동해공장에서 생산된 클링커가 ‘해룡(바다의 용)’이라 명명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 얹혀져 북평공장으로 이송되면 시멘트밀에서 시멘트 완제품으로 최종 생산된다.
쌍용양회가 이곳에 시멘트 시설을 만든 것 역시 원료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판매가격에 비해 중량이 큰 시멘트는 물류비용 절감이 필수다. 내륙에 조성된 공장에서 생산된 시멘트는 주로 철도를 운송되는데 동해공장은 바다를 끼고 있어 더 낮은 가격으로 부산, 울산, 포항, 대불, 군산, 인천 등 전국 수요지로 보낼 수 있다.
/동해=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