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사용자 집중도 높은 PC에 아직 기회 있다"

대만 '컴퓨텍스 2018' 개막

세계시장 위축에 프리미엄 전략

인텔 "CPU 개발 포기없다" 강조

대만업체는 '게임'으로 승부수

MSI 등 게임전용 노트북 공개

그레고리 브라이언트 인텔 수석 부사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 국제회의센터에서 개막한 정보통신기술 박람회 ‘컴퓨텍스 2018’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텔그레고리 브라이언트 인텔 수석 부사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 국제회의센터에서 개막한 정보통신기술 박람회 ‘컴퓨텍스 2018’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텔



“많은 사람은 무엇인가를 할 때 집중해야 할 기기로 PC를 선택합니다. 아직 많은 미래의 기회가 PC에서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레고리 브라이언트 인텔 수석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 국제회의센터(TICC)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ICT) 박람회 ‘컴퓨텍스 2018’ 개막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은 전망을 밝혔다. 인텔이 5세대(5G) 이동통신이나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PC 시장에서도 전통 사업인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에 힘쓰겠다는 취지다.


브라이언트 부사장은 “우리는 어느 때보다 (스마트폰 등으로) 신경을 분산하는 환경에 살고 있다”면서 “PC는 집중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플랫폼(기반 서비스)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츠(GIA)’가 최근 발간한 ‘기술 태도 연구’에 따르면 업무나 게임 등 집중이 필요할 때 80% 이상의 응답자가 ‘PC에 의존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일을 하면서 쓸 수 있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는 달리 하나의 화면을 집중해서 보는 환경인 PC가 업무 또는 게임 측면에서 더 유용하다는 판단을 다수의 사용자가 내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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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세계 PC 시장 규모는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2년 2·4분기부터 시작해 6년 가까이 감소 추세다. 지난해 PC 출하량도 약 2억6,250만대로 2016년과 비교해 2.8%(시장조사기관 가트너 기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대만의 PC와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1981년 처음 시작한 컴퓨텍스 역시 시장 침체로 덩달아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참가 기업은 1,600개 안팎에서 더 이상 늘지 않는데다 자국 기업의 비중이 68%(지난해 기준)에 달해 ‘내수 전시회’라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주요 ICT 기업도 전시관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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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만의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격인 컴퓨텍스 주관사 ‘타이트라’는 논의 주제로 블록체인(분산 저장 기술)과 5G를 넣고 지난해부터는 별도의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박람회 ‘이노벡스’도 여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물론 컴퓨텍스의 주인공은 여전히 대만의 PC 제조사다. 전 세계 PC 시장에서 휼렛패커드(HP) 및 델(DELL) 등과 경쟁하며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대만 에이수스· MSI·에이서 등은 컴퓨텍스 전시관에서도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 PC 제조사에게는 컴퓨텍스가 아직 신제품을 공개하기 위한 가장 좋은 행사로 꼽힌다. 대만 PC 제조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점유율 합계는 50%를 훌쩍 넘어 삼성전자나 LG전자를 앞선다.

조니 시 에이수스 이사회 의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 험블하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제품 노트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이수스조니 시 에이수스 이사회 의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 험블하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제품 노트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이수스


이들 대만 PC 제조사의 새로운 희망은 ‘게임’이다. 고성능의 PC를 요구하는 인기 게임이 나오면서 기기 교체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기타가와 미카코 가트너 수석연구원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직접적인 경쟁은 어렵지만 게임 전용·고성능 PC 시장에서는 성장세가 이어진 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에이수스는 컴퓨텍스를 통해 기존 노트북의 터치 패드에 터치 스크린까지 결합한 새로운 노트북을 공개했다. 노트북인데도 화면과 자판 모두 터치로 사용할 수 있다. MSI도 화면의 테두리(베젤)를 최소화한 새로운 게임 전용 노트북을 내보이며 승부수를 띄웠다. 에이서는 자사의 게임 전용 기기 브랜드 ‘프레데터’의 최신 기기를 전시관에 진열하며 위세를 자랑했다.

전시관에서는 한국 블루홀이 개발한 인기 1인칭 총싸움 게임(FPS) ‘배틀그라운드’가 시연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카오에 본사를 둔 PC 부품 제조사인 ‘조탁’의 전시관 직원은 “배틀그라운드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인데다 높은 사양 PC를 요구하기 때문에 원활하게 가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시연 작품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까지도 반도체와 전자 기기 분야에서 경쟁 관계를 이어왔던 한국과 대만이 게임과 PC를 매개로 공생하는 관계가 된 셈이다.
/타이페이=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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