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스페인 새 내각은 '여인천하'

산체스, 장관 17명중 11명 女발탁

경제·외무장관 모두 親유럽성향

佛·獨 주도 EU개혁에 힘 보탤듯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AFP연합뉴스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AFP연합뉴스



새롭게 출발한 스페인 중도좌파 정부가 ‘여인천하’라 불릴 정도로 여성 장관을 대거 기용했다. 총리를 비롯해 경제·외무장관까지 친유럽 성향으로 내각 진용을 갖춘 만큼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연합(EU) 개혁론에 앞장서며 국제사회에서 스페인의 입지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BBC 등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신임 총리가 지명한 17명의 장관 중 11명(65%)이 여성이었다. 부총리를 겸하는 양성평등장관을 비롯해 경제·재무·법무·국방·교육 등 핵심 각료에 여성이 포진했다. 이는 유럽 지역 국가 중 여성 각료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임 마리아노 라호이 내각이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연설을 통해 “1975년 이후 여성 각료가 남성 각료보다 더 많은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내각은 지난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표출된 변화 욕구의 충실한 반영”이라며 말했다. 새로 내각에 포진한 여성 장관들은 60대 3명, 50대 3명, 40대 5명으로 비교적 젊은 40대 여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치인에서 학자, 검사와 판사, 의사 등 경력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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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의 면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친EU 성향이라는 점이다. EU 집행위원회의 예산담당 고위관료를 지낸 나디아 칼비노를 경제장관으로 지명했다. 현재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EU 판도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산체스 총리 역시 석·박사 과정에서 EU를 연구했고 의정활동 내내 EU를 옹호해온 대표적 ‘유럽주의자’다. 산체스 총리는 그동안 “스페인은 앞으로 EU의 재정 목표를 준수하고 예산과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해왔다. 여성 장관으로 진용을 짠 스페인 내각이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하는 EU 개혁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관측 속에 EU 내에서 어떤 조화와 균형자 역할을 하며 스페인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나갈지 주목된다.

산체스 총리가 당장 해결해야 할 난제로는 지난해 스페인 정국을 회오리로 몰아넣은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추구’ 문제다. 최근 카탈루냐가 조각을 완료함에 따라 스페인 정부는 직접통치를 철회하고 자치권을 되돌려줘야 한다. 킴 토라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 2일 산체스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대화를 제안하며 “당신과 내가 리스크를 지고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토라 수반이 강성 분리독립주의자인 만큼 ‘분리독립 승인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산체스 총리와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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