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국GM의 딜레마, '이쿼녹스' 잘 팔릴수록 일자리는 불안

부산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

한국GM ‘SUV 명가 선언’ 이면엔 SUV 해외생산

국내 생산량 줄면 비정규직 고용 위태 우려

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막한 ‘2018부산국제모터쇼’ 제1 전시장 앞 광장에 마련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브랜드 EQ 전시관 앞에서 한국GM 비정규직 지회 노동자가 ‘함께 살자’는 문구가 있는 조끼를 입고 차량을 지켜보고 있다./구경우 기자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막한 ‘2018부산국제모터쇼’ 제1 전시장 앞 광장에 마련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브랜드 EQ 전시관 앞에서 한국GM 비정규직 지회 노동자가 ‘함께 살자’는 문구가 있는 조끼를 입고 차량을 지켜보고 있다./구경우 기자



한국GM이 8일 개막한 ‘2018년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완전한 부활’을 선언했다. 프레스데이(7일) 전날 저녁 열린 갈라쇼를 축하할 가수로 밴드 ‘부활’을 섭외할 정도로 재기를 다지는 모습이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한국시장에 오래 남아 고객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이라며 “(신차 출시 등) 여러 과제를 충실히 이행해 내년쯤엔 흑자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산업은행은 각각 64억달러(약 6조9,000억원), 7억5,000만달러(8,100억원)을 신규 투자하는 경영정상화에 합의했다. 한국GM은 앞으로 5년 간 15종의 상품성 개선 모델과 신차를 국내 시장에 내놓으며 실적을 늘리겠다고 화답했다. 지난달 23일 디자인과 편의사양을 개선한 ‘더 뉴 스파크’를 내놓으며 경영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부산국제모터쇼에서 한국GM은 ‘스포츠유틸리티(SUV) 명가’의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내세웠다. 부산모터쇼에 앞서 홈페이지를 통해 글로벌 GM이 판매하는 대형 픽업트럭과 SUV 모델 가운데 한국에 출시했으면 좋을 모델 설문을 받고 모터쇼에서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 한국GM은 부산모터쇼에서 기존에 밝힌 신형 중대형 SUV ‘이쿼녹스’에 더해 대형 SUV ‘트레버스’, 대형 픽업 트럭 ‘콜로라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데일 설리번 한국GM 영업·서비스·마케팅 부사장은 “올해 1~5월 기준으로 SUV 모델의 내수 판매 비중 현재 13.7%선이지만 향후 63%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빠르게 커지는 SUV 시장에 대응하는 조치다.


문제는 한국GM이 SUV 라인업에 집중할 수록 노동자들의 지위는 불안해지는 것이다. 한국GM은 정상화 과정에서 올란도와 크루즈를 생산하던 군산 공장을 폐쇄했다. 창원공장은 경차인 스파크를 생산한다. SUV는 부평 1공장에서 만드는 트랙스만 수출과 판매량이 견조하다. 중형 세단 말리부와 이쿼녹스의 데뷔로 단종이 점쳐지는 캡티바를 만드는 부평 2공장은 가동률이 30%에 불과하다. 부산모터쇼에서 밝힌 라인업인 이쿼녹스와 트레버스, 콜로라도가 국내에 모두 도입돼 SUV 비중이 60%대로 높아지면 사실상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해 판매하는 구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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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은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남은 600여명의 직원 가운데 200여명을 창원과 부평공장 등에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나머지 휴직자 400여명은 휴직 후 6개월은 정부가 180만원의 고용유지보조금을, 이후 30개월(2년 6개월)은 노사가 비용 절반을 부담해 월 225만원의 생계보조금을 지원한다.

한국GM의 계획대로 SUV 판매량이 늘어 실적이 개선되면 이들은 복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GM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구조는 아니다. SUV 대부분을 수입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휴직자들이 복직하면 현재 1,400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이 밀려날 수도 있다.

이에 군산·부평·창원 비정규직 지회는 한국GM이 ‘부활’을 내세운 부산모터쇼에서 지난 7일 ‘비정규직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고 8일에는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지지를 호소했다. 비정규직 지회 관계자는 “90만대가 넘던 한국GM 생산 물량을 50만대 미만으로 최대한 축소하고 대신 수입차를 늘리고 있다”며 “비정규직 해고자를 당장 복직시키고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부산국제모터쇼에 앞서 6일 저녁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GM 프리미어 나이트(GM Premiere Night)’에서 카허카젬(오른쪽) 한국GM 사장과 데일 설리번 부사장이 한국시장에 출시한 신형 중대형 SUV ‘이쿼녹스’ 옆에서 팔을 들어올리며 판매회복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GM은 13%대에 불과한 SUV 판매 비중을 60% 이상 높일 계획이다./사진=한국GM2018부산국제모터쇼에 앞서 6일 저녁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GM 프리미어 나이트(GM Premiere Night)’에서 카허카젬(오른쪽) 한국GM 사장과 데일 설리번 부사장이 한국시장에 출시한 신형 중대형 SUV ‘이쿼녹스’ 옆에서 팔을 들어올리며 판매회복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GM은 13%대에 불과한 SUV 판매 비중을 60% 이상 높일 계획이다./사진=한국GM


이 때문에 한국GM이 수입 SUV를 내세워 판매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노사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불법파견 여부를 두고 법원, 정부와의 잡음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높은 임금과 복지에 경직된 고용구조 탓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조차 해외생산을 늘리는 추세다. 지난 3년 간 수 조원의 적자에 시달린 한국GM이 이 문제를 모를 리 없다. 휴직자와 비정규직을 모두 포용할 정도로 생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기대가 적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GM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을 결합한 미래자동차 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자국에서도 잘 팔리는 SUV 라인업은 한국에 주고 도로 수입할 가능성이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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