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라보엠'은 지금 일어날법한 스토리...스스로에 질문 던지는 위대한 작품"

■오페라 '라보엠' 공연 앞둔 마차이제·테라노바 인터뷰

가난한 예술가들 꿈·사랑 노래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로 꼽혀

세계적인 스타 루디박 인상적

한국 성악가 목소리 아름다워

오페라 ‘라보엠’의 주역인 소프라노 니노 마차이제(왼쪽)와 테너 장루카 테라노바. /송은석기자오페라 ‘라보엠’의 주역인 소프라노 니노 마차이제(왼쪽)와 테너 장루카 테라노바. /송은석기자



이탈리아 파르마 왕립극장의 프로덕션을 그대로 공수해 18세기 유럽 거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사실적인 무대와 의상 등 화려한 볼거리에 세계적인 소프라노 니노 마차이제, 테너 장루카 테라노바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수지오페라단의 ‘라 보엠’(13~15일 공연).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이 작품에서 미미 역의 마차이제와 로돌포 역의 테라노바를 최종 리허설이 있었던 11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서울경제신문이 단독으로 만났다.

생동감 넘치고 풍부한 음색으로 세계적인 프리마돈나로 우뚝 선 마차이제는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를 닮은 외모로도 주목받는 오페라 스타다. 그래서 ‘안젤리나 졸리’라고 운을 뗐을 뿐인데, 마차이제는 무슨 질문인 줄 이미 안다는 듯 끄덕이더니 “안젤리나 졸리와 비슷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가 저보다 훨씬 날씬하죠”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제가 졸리와 비슷해 보이려고 메이크업을 하는 것이냐고 묻는 것이라면 그 질문에는 “아니요 라고 답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그렇게 화장을 할 필요는 없거든요”라고 덧붙이며 너스레를 놓았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테라노바는 “마차이제가 졸리를 닮았다고 말씀하셨는데, 마차이제는 이 자체로 매우 아름다워요. 마차이제와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영광이랍니다”라고 말해 두 사람이 무대에서 보여줄 ‘케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1896년 푸치니가 작곡한 ‘라 보엠’은 오페라 역사상 가장 완벽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로 꼽힌다. 오랫동안 ‘라 보엠’이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 마차이제는 현실성을 꼽았다. “오페라에서는 누군가가 사랑을 위해서 죽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많죠. 물론 현실에서도 그럴 수는 있지만 드라마틱함을 위해 현실감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푸치니는 베리스모(사실주의) 작곡가죠. 이탈리아어로 ‘베리스모’는 ‘사실주의’이라는 뜻이에요. ‘라 보엠’이 훌륭한 이유는 작품 속의 이야기가 바로 오늘이라도 일어날 법한 스토리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가난한 사람들이 부를 좇는다든가 그런 것들 말이에요.”

오페라 ‘라 보엠’ 미미역 소프라노 니노 마차이제(왼쪽)와 로돌포 역의 테너 장루카 테라노바./송은석기자오페라 ‘라 보엠’ 미미역 소프라노 니노 마차이제(왼쪽)와 로돌포 역의 테너 장루카 테라노바./송은석기자


테라노바는 ‘라 보엠’이 사랑받는 이유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 공연의 대단함은 관객뿐만 아니라 저희 같은 성악가들에게도 질문을 던지게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아프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옆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외면할까? 이런 굉장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거죠. ‘라 보엠’에서는 이 어린 남자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워해요.”


대부분의 오페라는 비극이고, ‘라 보엠’ 또한 그렇다. 만약 푸치니가 된다면 비극적인 결말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해피엔딩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묻자 마차이제는 “당연히 비극을 택할 것”이라며 “이 오페라가 아름다운 이유는 여주인공이 죽어간다는 비극적인 상황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마지막 대사를 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이 감동받고 울고, 전율을 느끼기까지 한다”며 “만약 해피엔딩이라면 우는 관객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가 푸치니였다면, 아마도 남자도 죽였을 거예요. 그는 죽어야 해요”라고 말하며 특유의 발랄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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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노바는 세계 무대에서 만난 한국 성악가들의 빼어난 기량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테라노바는 “한국 사람들의 성은 대부분 김 씨 아니면 이 씨인 것 같아 이름을 기억하기는 너무 어렵다”면서도 용하게도 루디 박(박지응)을 기억해 냈다. “루디 박은 세계적인 성악가 스타죠. ‘투란도트’의 칼라프 역으로 매우 유명했고, 인상적이었어요.” 마차이제 역시 “한국 성악가들은 정말 준비를 철저히 한다”며 “안정적인 테크닉과 아름다운 목소리가 정말 감동적”이라고 평가했다.

1991년 구 소련에서 독립한 조지아 출신인 마차이제에게 요즘 조지아가 인기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하자 그는 “정말 이냐”며 신이 나서 모국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지아가 좋은 이유는 자연, 맛있는 음식 그리고 사람이에요. 코카서스산과 흑해는 너무 아름답고, 제 고향인 트빌리시는 정말 환상적인 도시고요. 조지아 사람들은 정말 친절해서 관광객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편안하게 해줘요. 그리고 무엇보다 조지아는 정말 안전해요.”
사진=송은석기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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