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수주 절벽을 지나 올해 들어 조선업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대형 조선사의 회복세가 점차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 현대중공업(009540) 등 대형 3사는 경쟁자인 중국과 일본에 비해 월등한 기술력을 지니고 있어 최근 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초대형유조선(VLCC) 등의 분야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형 조선사는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 등에서 중국 업체에 비해 열위라 향후 생존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1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해운·조선업 전망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대진 IHS마킷 선임 컨설턴트는 “올해 한국과 일본, 중국 조선사들의 수주 현황을 보면 한국은 경쟁자인 중국이나 일본 조선사들이 쉽게 못 짓는 VLCC에 집중돼 있는 반면, 중국과 일본은 기술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선박에 쏠려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올해 발주된 VLCC 27척 중 90% 이상인 25척을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15척, 현대중공업이 8척, 현대삼호중공업이 2척을 수주하는 등 기술력을 지닌 대형 조선사에 집중되면서 VLCC 발주 증가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다.
IHS마킷은 당분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발주된 VLCC 선박의 경우 대부분 실수요라 아직까지 시장이 과열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컨설턴트는 “선박 발주 시 금융조달(파이낸싱)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 최근 발주된 VLCC들은 대부분 자금력이 풍부한 선주들이 발주한 것”이라며 “신규 선박들은 구형선에 비해 수익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선주들의 신규 발주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VLCC 가격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VLCC 발주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뚜렷한 반등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대형 조선사와 달리 중소형사는 갈수록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컨설턴트는 “최근 조선업 수주 시장에서 한국 대형 조선사와 달리 뚜렷한 기술력이 없는 중국과 일본 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중소형사들도 중국 및 일본 업체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