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 남동부에 있는 미야자키는 한국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일본의 하와이’로 불릴 만큼 이름 난 관광지다. 인구 40만명을 살짝 웃도는 이 도시는 한적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일품이며 한겨울에도 10도 안팎의 최고 기온을 유지하는 따스한 기후가 장점이다. 도쿄와 오사카·삿포로처럼 한국인들이 바글거리는 대도시 말고 일본 특유의 향기를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게 미야자키는 후회 없이 멋진 추억으로 남을 만한 여행지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나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미야자키를 찾는 여행객이 반드시 가봐야 할 명소로 첫손에 꼽히는 곳은 데루하 대현수교다. 높이 142m, 길이 250m를 자랑하는 대현수교는 일본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곳에 걸려 있다. 대현수교가 있는 아야초마을은 유네스코에 등록된 일본 최대의 활엽수림 지역이다. 설렘과 불안이 공존하는 마음을 부여잡고 다리 위로 첫발을 내딛자 아찔하고도 짜릿한 감각이 전해져왔다. 다리 아래로 ‘V’자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과 초록빛 나무들이 어우러져 하늘에서 산행을 즐기는 듯한 신비로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에 다리가 흔들릴 때는 두려움도 솟았지만 천천히 반복적으로 걸음을 옮기자 이내 익숙해졌다. 250m를 건너가면 그때부터 2㎞에 이르는 산책로가 시작된다. 대현수교 바로 앞에는 이 숲과 숲속 생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루하 수림문화관’도 있다. 대현수교를 비롯한 각종 시설의 이용시간은 오전8시30분부터 오후6시까지다.
대현수교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혼모노센터도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혼모노센터는 아야초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살 수 있는 ‘유기농 식품 직매장’이다. 지난 1989년 운영을 시작한 이곳은 싱싱한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연간 25만명가량의 여행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화학비료 사용 여부와 사용기간에 따라 ‘금(金)’ ‘은(銀)’ ‘동(銅)’으로 등급을 나눈 라벨을 식품 포장지 겉면에 붙여놓은 것도 이색적이다.
가족과 함께 레저를 즐기고 싶다면 ‘아오시마 파크 골프장’을 추천한다. 아오시마 파크 골프장은 오리배를 타고 경치를 둘러볼 수도 있고 적당한 크기의 산책공원도 있는 ‘어린이나라’에 자리 잡은 시설이다. 한국에서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마니아층이 생겨나기 시작한 파크 골프는 누구나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다. 출발 지점(티오프)에서 홀을 향해 볼을 치면서 차례로 코스를 도는 방식은 일반 골프와 비슷하다. 하지만 볼의 크기(직경 6㎝)가 일반 골프공보다 훨씬 크고 나무로 만든 길이 86㎝, 무게 600g의 클럽 하나만 사용한다. 4인 1조로 18홀을 돌더라도 넉넉히 2시간이면 충분하다. 파크 골프는 198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돼 하와이·호주·중국·미국 등지로 전파됐다고 한다. 미야자키 파크 골프장은 9홀짜리 코스를 총 네 개나 갖추고 있으며 볼과 클럽 등의 장비요금 100엔을 포함해 평일에는 1인당 610엔, 주말에는 1인당 720엔만 내면 부담 없는 가격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 파크 골프장 바로 옆에는 ‘홀리데이 인’이라는 이름의 리조트도 있다. 이 리조트 앞에 펼쳐진 아오시마 해변은 파도가 세지 않아 초보자들도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리조트 투숙객은 5,540엔, 투숙객이 아닌 사람은 5,832엔에 두 시간 동안 서핑 강습도 받을 수 있다.
태평양을 마주 보는 산 중턱에 있는 임해 공원인 ‘산멧세니치난’도 놓치기 아까운 명소다. 칠레가 아닌 일본인데 이 공원에서는 모아이 석상 7개가 나란히 선 모습을 볼 수 있다. 칠레 이스터섬 부족 장로회의 특별 허가를 받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아이 석상을 복제해 세웠다고 한다. 석상 7개는 모두 저마다의 ‘행운’을 상징한다. 석상을 정면으로 보고 섰을 때 왼쪽부터 각각 사업·건강·연애·여행·결혼·금전·학업운을 책임지고 있다.
해변에 빨래판을 펼쳐놓은 것 같은 독특한 모양의 암반이 인상적인 ‘아오시마 비치 파크’, 어린이를 위한 동물원과 테마파크가 있는 ‘고도모노쿠니(어린이나라)’도 시간이 남는다면 둘러보기 좋은 관광지다. /글·사진(미야자키)=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