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로 140년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 미국 3대 주가지수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 결국 퇴출된다. 투자자들은 GE의 퇴장이 블루칩(대형우량주)의 상징이자 미국 경제의 대들보였던 전통 제조사의 쇠락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다우지수의 마지막 원년 멤버인 GE마저 방을 빼면서 미국 경제와 증시에서 ‘굴뚝산업’의 중요성은 줄어드는 반면 정보기술(IT)·헬스케어·소매기업 등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다우지수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30개 편입 종목에서 GE가 빠지고 그 자리에 미국의 제약유통 업체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가 편입된다고 밝혔다. 종목 교체는 오는 26일 개장 전에 이뤄진다. 지난 1901년 시카고약국으로 출발한 월그린은 2014년 유럽 얼라이언스부츠를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미국 내 점포 수는 8,100개이며 시총은 640억달러 규모다.
GE의 퇴출은 지난 1년 사이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일찌감치 예견돼왔다. 다우지수는 최고가 종목과 최저가 종목 간 배율을 10대1 이하로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수 구성 종목 중 최고가인 보잉 주가는 341.12달러로 최저가인 GE의 26배를 웃돈다. CNN방송은 “13달러짜리 가격표를 단 GE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없다”며 “GE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세운 종합 가전그룹인 GE는 1896년 다우지수 탄생 당시 원년 멤버인 12개 종목 중 하나로 이후 퇴출과 편입을 반복하다 1907년 11월7일 이후 111년간 줄곧 다우지수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거듭되는 실적악화로 지난 1년 사이 주가가 55% 추락하고 자산이 1,000억달러나 증발하면서 지수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게 됐다.
GE는 2000년까지만 해도 시가총액이 5,940억달러에 달하며 미 증시 시총 1위를 달렸다. 가전사업 외에 미국의 3대 지상파인 NBC와 미국 최대 대출업체 GE캐피털까지 거느리며 영역을 불문하고 명성을 떨친 GE는 이후 IT 시대에 대비하지 않고 문어발식 확장에만 매달리다 결국 경영난에 빠졌다. 특히 제프리 이멀트 전 최고경영자(CEO) 시절 GE캐피털에서 받은 대출금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타격을 입은 것이 결정타가 됐다. GE는 16년 만에 CEO를 존 플래너리로 교체한 뒤 구조조정에 매달리면서 100년간 운영한 철도 부문을 팔아치우고 모태사업인 전구 부문 매각까지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오랜 침체의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GE의 퇴출로 이제 다우지수에 남은 제조사는 보잉·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 등 항공우주 및 IT 관련 기업뿐이다. IT 및 바이오 기업들의 입지가 갈수록 확대되는 가운데 전통 제조사들은 시장에서 생존력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데이비드 블리처 S&P다우지수위원회 회장은 “앞으로 미국 경제에서 소매·금융·헬스케어·테크놀로지 기업들의 대표성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