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0일 최씨가 문학 활동으로 한국이 직면한 성적 불평등과 사회적 모순을 고발한 공로를 인정해 성평등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발표한 시 ‘괴물’에서 문단 내 성폭력과 남성 중심의 권력 문제를 폭로하면서 미투 운동을 사회적으로 확산시켰다고 평가받는다. ‘괴물’은 원로 시인인 고은이 상습적으로 벌인 성추행을 폭로한 시다. 시에는 “은(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케이(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최씨는 지난 2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성차별·성폭력 끝장문화제’에 참석해 ‘괴물’을 낭독한 뒤 “이 시는 싸우려는 게 아니라 알리기 위해 썼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상식은 성평등 주간인 다음달 6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서울시는 여성 인권 강화 및 성평등 실현에 기여한 개인·단체·기업을 발굴해 매년 ‘여성상’을 시상해왔으며 올해부터 명칭을 성평등상으로 바꿨다.
1961년 서울에서 출생한 최영미는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에드워드 호퍼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0~1990년대 민주화 세대의 빛과 그림자를 노래한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1994년 발표해 문학계 안팎에 큰 주목을 받았다. 젊은 여성 시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재해석해 국내 시문학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386세대로서 80년대 운동권 세대의 빛과 그림자를 노래한 이 시집은 발간 첫 해 50만부가 팔렸고, 현재까지 무려 52쇄를 찍어 시집으로는 보기 드문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1년 만에 개정판을 내기도 했다.
/김주원 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