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지난 2008년 베트남 국가공무원법의 제정을 주도한 인사행정 전문가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 처장은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행정 한류’를 이끌고 있다. 김 처장은 선진화된 인사제도를 갖춘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처장은 연세대 교수 시절 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로 있으면서 베트남 내무부의 요청으로 공무원법 제정 자문단에 들어갔다. 방학 때는 내내 베트남에 머무르고 학기 중에도 자주 베트남행 비행기를 타면서 공을 들였다.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관료사회의 정비에 김 처장이 결정적인 도움을 줬고 그 결과 베트남은 현재 눈부신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사처에도 인사제도 정비에 도움을 요청하는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우즈베키스탄이다.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국빈방문했을 당시 제일 먼저 양해협력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인사처였다. 김 처장은 직접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고 현지 대학원생들을 한국에 초청하는 등 우즈베키스탄 내 행정 한류 확산에 애정을 쏟고 있다. 인사처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캄보디아에서도 인사혁신 주문이 밀려오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공무원제도가 특히 매력적이라는 게 김 처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굉장히 어려웠지만 단시간에 큰 발전을 이루지 않았느냐”며 “개도국은 무엇보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청렴한 나라로 탈바꿈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한다”고 설명했다. 발전한 지 오래돼 현재 개도국의 상황에 적용하기 어려운 독일 등 서구 선진국의 경험과 달리 비교적 최근에 부패문화를 체험하고 전환기를 겪었던 우리의 경험을 배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이러한 인사제도의 발전이 OECD에서도 자랑할 만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부처 대부분이 OECD 국가 평균을 준거의 틀로 잡지만 우리 직원들에게는 거기서 한 발 나아가 OECD 선도국가가 되자는 비전을 많이 이야기한다”며 “실제 OECD 평가자료집 일부에서도 우리는 회원국 중 상위그룹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OECD 회의에는 반드시 직원을 보내 ‘우리 사회를 담대하게 소개하라’고 주문한다고 했다.
지난달 2018서울포럼에 참석한 김 처장은 “‘호기심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자레드 코헨 직쏘 최고경영자(CEO)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OECD의 선도국이 되려면 호기심 많은 사람, 창의성 있는 사람을 뽑아야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