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직원들이 회사의 ‘갑질’을 고발하는 내용이 청와대 사이트에 등장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감된 상황에서 오히려 롯데그룹 계열사의 갑질을 고발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신 회장이 약속한 ‘준법 경영’이 퇴색되고 있다는 평가다.
4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제과(280360)가 베이커리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고용 위기를 느낀 직원들이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현재는 충분한 동의자를 확보하지 못해 청원 종결된 상황이다.
청원에 따르면 이들은 “심각한 매출부진과 경영난을 겪다가 폐점까지 이르렀다”며 “회사 측은 인수가 되면 고용 승계를 노력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쪽으로 발령을 내 준다는데 타 지역으로 가야 하면 말이 좋아 직군 전환이지 현실적으로 정리해고나 다를 게 없다”고 토로했다. 또 “직군 전환으로 (제빵 일을 하던 사람을) 상관없는 부서로 자리배치 해놓고 지쳐서 알아서 나가떨어지게 하려는 속셈”이라며 “회사 측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발뺌한다”고 억울해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매출 압박에 시달리면서 ‘회사의 잡부’ 역할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수년간을 매출압박에 시달리면서 판매직원들을 파리목숨처럼 자르고 그 자리를 생산직원에게 메꾸게 하고 판매직원이 한 명이라도 쉬는 날은 오후 3~4시까지 밥도 못 먹고 매장을 지키면서 일했다”며 “적자가 나면 당연히 접어도 되는 게 회사지만 최소한 상황설명과 직원들의 의사와 거취에 관해서는 이야기하고 희망퇴직 등 직원들에게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제과는 회사 입장에서 최대한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직원 대상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최근 검토를 통해 직군이 전환된다더라도 기존의 고용 수준을 유지하고 전환된 직군보다 급여 등이 적을 경우 개선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직군이 바뀐다고 희망퇴직을 받고 위로금을 준다는 것은 순환보직을 하는 다른 직원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다”며 “최근 검토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해를 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롯데제과뿐만 아니라 신 회장이 수감돼 부재한 사이 롯데그룹 ‘갑질’에 대한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지난 5월에는 ‘롯데피해자연합회’가 정의당 등과 함께 국회에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갑질 사례를 발표하는 한편 ‘롯데갑질신고센터’를 연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이날도 잠실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롯데그룹 갑질 근절 ‘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실제로 롯데갑질신고센터 사이트에는 롯데하이마트(071840), 롯데마트 등 계열사 불공정 사례에 대한 고발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그룹 이름을 앞에 걸고 갑질신고센터를 운영한 것은 드문 일”이라며 “롯데그룹의 ‘갑질’ 논란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롯데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준법 경영’을 ‘뉴 롯데’의 비전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전년도에 있었던 롯데그룹 경영진 비리 사건과 경영권 분쟁 등으로 국민 여론이 악화됐을 때 내놓은 조처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해 롯데는 민형기 전 헌법재판관을 위원장으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도 만들었다. 하지만 뉴 롯데를 외친 지 1년이 채 안 돼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롯데의 준법 경영 원칙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이미지가 좋다고 할 수 없는 롯데에 갑질 논란은 결코 간단하 사안이 아니다”라며 “유통 기업이라 협력사도 많고 고객들이 많은 만큼 논란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