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간접투자

[CEO&STORY] 남궁훈 신한리츠운용 대표 "끝까지 배 지키는 선장처럼…'앵커리츠'로 투자자와 함께 할 것"

<취임 1년만 첫 작품 공개>

판교알파돔 오피스 이달 공모

'누구나 투자' 운영방식 차별화

낮은 가격제시하고도 입찰 따내

관리비까지 투명하게 공개할 것

<'중위험·중수익' 투자 선도>

개인들 금융상품 선택에 한계

그룹 계열사 사옥 리츠로 개발

안정적인 투자대상 발굴 앞장

세제혜택 등 정책 뒷받침돼야

남궁훈 신한리츠운용 대표./송은석기자



“간접부동산투자 상품인 리츠(REITs)가 국내에 도입된 지 거의 20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금융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를 쌓지 못한 측면이 큽니다. 마지막 승객까지 안전히 내린 후 하선하는 선장처럼 투자자들과 끝까지 함께하는 믿을 수 있는 리츠운용사가 되겠습니다.”

남궁훈(57·사진) 신한리츠운용 대표는 취임 후 ‘첫 작품’의 공개를 앞두고 마지막 준비에 한창이다. 남궁 대표는 지난해 8월 설립된 신한리츠운용의 초대 사장으로 임명된 후 공모리츠 상장을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첫 상품은 판교알파돔 내 오피스 빌딩(6-4구역)에 투자하는 신한알파리츠로 이달 중 공모가 이뤄질 예정이다. 그가 취임 일 년이 다 돼서야 첫 상품을 출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리츠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투자경험’이 중요한데 금융위기 이후 국내 공모상장 리츠 시장에서는 실패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반면, 사모리츠 시장에서 양호한 수익률을 거둔 기관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리츠에 투자하며 리츠가 마치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처럼 자리매김됐다. 남궁 대표는 “지금까지 우량한 입지와 임차인을 갖춘 좋은 오피스 빌딩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기관투자가들에만 돌아갔다”며 “개인투자자들에게도 같은 기회를 줄 좋은 물건을 계속해 찾았고 ‘운 좋게’ 판교의 빌딩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운은 아니었다. 이 판교 빌딩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리츠 설립을 추진했으나 법에 가로막히면서 눈물을 머금고 내놓은 물건이었다. 그러면서 공모리츠를 설립할 회사를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진행했다. 워낙 입지가 좋은 물건이었기 때문에 유력 금융사들은 모두 참여했다. 남궁 대표는 신한리츠운용의 업력이 다른 회사에 비해 짧았지만 “떨어져도 좋으니 소신껏 해보자”며 응모했다. 직원들과 밤새워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방점을 찍었던 것은 바로 ‘차별화된 운영’이다. 남궁 대표는 “‘신한금융그룹의 판매 네트워크를 통해 거액자산가보다는 5,000원짜리 주식으로 누구든 우량한 빌딩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한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매입 가격은 다른 경쟁사보다 싸게 써냈지만 비가격 요소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결국 낙점됐다.

남궁 대표가 리츠운용사 최고경영자(CEO)로 우선시하는 점은 고객으로부터 얻는 신뢰다. 신한리츠운용은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운용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앵커리츠’를 표방한다. 그는 “운용사 자본금 300억원을 우리가 만드는 모든 리츠에 조금씩이라도 출자해 ‘앵커(닻)’처럼 박아놓으려고 한다”며 “같은 보통주 투자자로 참여하지만 시세 차익이 났다고 해 먼저 빠져나오지 않고 선장처럼 리츠 해산 시점까지 남아 책임 운용을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공모하는 신한알파리츠에도 신한리츠운용은 약 100억원을 직접 투자한다.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운용과 주가관리를 하겠다는 취지다.

또 투명한 관리와 주주 중심의 운영도 그의 철학이다. 그는 “리츠 운용에 관련해 건물관리비까지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며 “다른 부동산을 추가로 인수해 리츠에 담을지 등에 대해서도 주주들에게 의사를 물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 대표는 앞으로 랜드마크 빌딩에 대한 공모리츠 상장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좋은 투자처’를 많이 제공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예금과 같은 저위험·저수익, 그리고 주식(펀드)과 같은 고위험·고수익 금융상품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좋은 리츠 상품을 만들어 개인투자자들에게도 기관투자가처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누릴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투자대상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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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우선 고려하는 것은 신한금융그룹이 입주해 있는 빌딩이다. 남궁 대표는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사옥을 리츠 상품으로 만들어 임대료를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으로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또 서울 도심의 랜드마크 빌딩 매물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고가에 매입하지는 않겠다”는 게 확고한 입장이다. 자칫 ‘승자의 저주’에 걸려 투자 위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 한 번씩 일 년에 두 건 정도의 리츠 공모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운용사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책지원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리츠를 도입한 싱가포르 등 금융선진국에서 리츠는 개인연금 포트폴리오에서 빠지지 않는 투자 대상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제도적으로도 리츠 투자에 제약이 많다. 일례로 현행 규정상 퇴직연금 중 확정기여형(DC)에 담을 수 없다. 남궁 대표는 “싱가포르·일본·한국이 모두 2000년대 초반 비슷한 시기에 리츠를 도입했지만 현재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차이가 크게 난다”며 “고령화 시대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개인들이 누릴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송은석기자

● 남궁훈 대표는

△1962년 출생 △1981년 홍대부고 졸업 △1985 서울대 법학과 졸업 △2001년 신한금융투자증권 입사 △2003년 〃준법감시부 부서장 △2008년 〃법무실장 △2009년 〃재무관리부 부서장△2011년 〃경영관리본부장 △2013년 〃강북영업본부장 △2014년 〃강서영업본부장 △2016년 〃강남영업본부장 △2017년 〃WM추진본부장 △2017년 8월 신한리츠운용 사장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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