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STORY 人] 내보내자니 개혁정책 제동, 안고가자니 국정운영 부담..장하성을 어찌할꼬

■ 인사개입 논란 확산에 딜레마 빠진 靑·여권

장하성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여론의 비판에 휘말리면서 청와대와 여권이 딜레마에 빠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잇따라 요직에 대한 장 실장의 인사개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와대는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는 불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文정부 지지층 외연 확장 위해


김상조 설득으로 靑 입성했지만

소득주도성장 부작용 이어

인사개입 의혹까지 불신 확산

특히 장 실장의 인사개입 논란을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포스코 인사개입 문제로 사법 처리된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례에 빗대어 공격하려는 야권 일각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어 자칫하면 장 실장이 정권 차원의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여전히 장 실장의 CIO 인선개입 논란에 대해 “문제가 없다”며 감싸주기에 급급하다. 그 배경을 이해하려면 장 실장의 청와대 입성기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대선 직후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 인선을 놓고 고심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종석 비서실장이 장하성 당시 고려대 교수를 후보군의 한 명으로 추천받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그분이 오시겠어요?”라며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정책실장 자리를 두고 임 실장의 인선안 보고에 호응하지 않은 것은 장 실장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의 경쟁자였던) 안철수 후보 캠프를 택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이번에는 김상조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이 “제가 한번 장 실장을 만나 설득해보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이후 청와대 핵심 라인에 보고가 들어왔다. 김 위원장이 “장 교수를 만나 설득했다.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장 교수에게 연락해 보시라”고 전했다. 이에 청와대 측이 직접 접촉을 시도해 장 교수를 초대 정책실장으로 중용할 수 있었다. 장 실장의 인선안은 결국 임 실장이 보고하고 김 위원장이 성사시킨 작품이었던 셈이다.


친문(친문재인) 그룹이 아니었던 장 실장 중용의 배경에는 현 정부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장 실장의 중용은 문재인 정부 지지층의 외연 확대 효과를 불러오기보다는 여론 불통, 인사개입 논란 등의 화근이 됐다. 현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최저임금이 급등하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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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와대 참모는 “솔직히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장 실장이 직접 경제현장을 방문한 횟수는 그리 많지 않다”며 “일자리 현장의 고충을 파악하려고 많이 돌아다닌 인물은 장 실장보다는 반장식 일자리수석이었는데 정작 반 수석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현 정부 들어 경제 성과가 저조하다는 보도가 잇따를 때도 장 실장은 언론이 거짓뉴스를 내놓는다며 고언에 귀를 닫았다.

‘최경환 포스코 개입’ 빗대

野 일각선 총공세 움직임도

靑 “곽태선 인사검증은 적법

직권남용 아닌 행정절차” 해명



이런 가운데 인사개입 논란이 뒤따랐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장 실장이 우리금융그룹의 한 핵심 계열사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연임 과정에서 발생했던 일부 경영분란 과정에도 장 실장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근래에는 포스코 인선개입 의혹이 야권에서 제기된 바 있다. 이 중 하나금융 건에 대해서는 장 실장 측이 적극 부인하고 있다. 포스코 건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사실이 아니라며 공식적으로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신임 CIO 인선 과정에서 장 실장이 특정 인물에게 지원을 권유하고 해당 인물과 관련한 내용을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교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장 실장의 인선 영향력에 대한 논란은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고민도 깊다. 장 실장을 계속 지켜주자니 여론이 곱지 않고 교체하자니 자칫 개혁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주저하는 모습이다. 연말에 청와대가 크게 개편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장 실장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9일 민정수석실이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를 상대로 인사검증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일부 지적을 두고 법적 근거에 따라 인사검증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이날 “곽 전 대표에 대한 인사검증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요청에 대한 행정응원”이라고 밝혔다. 행정응원은 행정관청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행위 또는 협력을 다른 관청에 요구하는 경우 이러한 요구에 응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청와대는 “복지부 장관은 추천위원회에 의해 추천된 기금운용본부장 후보에 대한 승인권이 있다”며 “장관의 후보자 승인권은 후보 검증 권한을 당연히 포함하나 복지부는 후보자 검증에 관해 독자적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후보자 검증 사무에 관해 행정절차법 제8조 제1항에 의거, 행정응원을 대통령비서실에 요청한 것이고 대통령비서실이 이에 응했다는 설명이다.


이태규·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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