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석유화학 업종이 장기적으로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실적에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유가 상승에 따른 리스크를 제어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원료를 찾는 한편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를 추가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석유화학 업종이 순항할 것으로 봤다. 윤 연구원은 “에틸렌, 폴리프로필렌,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부타디엔, 스티렌모노머(SM) 등 주요 화학제품의 마진은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중국 동부의 SM·톨루엔 등 재고가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재고가 적고 앞으로의 증설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유가 상승 등 외부 요인에 취약한 구조인 만큼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평중 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우리 기업은 석유를 원료로 화학제품을 만드는데 제조 원가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며 “유가가 85달러를 밑돌면 가스를 원료로 하는 업체들과의 경쟁이 가능하지만 그 이상으로 치솟으면 원가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 등 역외 국가들의 생산시설 확대 움직임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성동원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증설한 에탄크래커(ECC·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틸렌 생산 방식)가 본격 가동되면서 장기적으로 에틸렌 계열 중심으로 석유화학 산업 경기가 다운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과 아시아 간의 높은 운송비 등을 고려할 때 미국산 제품의 아시아 지역으로의 판매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미국 내 과잉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이 불가피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유가 상승과 미국 등의 공급 확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원료 다변화를 통해 대처해야 한다고 봤다. 성 연구원은 “이미 국내 일부 납사크래커(NCC·원유에서 추출되는 납사를 이용한 에틸렌 생산 방식) 업체가 납사 의존도를 낮추고 프로판 비중을 높이는 등 원료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롯데케미칼처럼 미국 내 셰일 기반의 ECC 설비투자를 통해 원료를 다변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연구개발(R&D)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점도 언급됐다. 성 연구원은 “글로벌 화학 기업들과 비교해볼 때 기술력 차이도 큰데다 R&D 투자 비중도 낮다”며 “단기적인 실적을 중시하는 환경에서는 지속적인 R&D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전통적인 사업 영역과는 다른 분야로 진출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본부장은 “R&D 투자를 하더라도 성과를 내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LG화학이 팜한농을 인수해 작물·바이오·폴리머 분야로 확장한 게 한 예”라고 말했다.
/김우보·유주희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