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건강 에세이] 내시경 진단의 질 높이려면

문정섭 인제대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교육수련이사

문정섭 인제대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교육수련이사



광섬유 다발로 영상을 전달하는 위내시경은 지난 1957년에 개발돼 청진기와 X선 검사로 이뤄지던 소화기 진단에 일대 혁신을 불러왔다. 이후 앞부분이 점차 유연해져 상하좌우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몸 안을 관찰할 수 있는 지금의 고화질 전자내시경으로 발전했다. 식도·위·십이지장을 보는 상부내시경, 대장을 보는 하부내시경, 담도 조영을 위한 췌담도내시경, 카메라 캡슐을 삼켜 소장을 관찰하는 캡슐내시경을 비롯해 조영증강내시경과 초음파내시경 등 무수히 많은 소화기 내시경 기기와 기술이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일본과 더불어 내시경 학문과 기술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위암의 빈도가 높아 세계에서 유일하게 40세 이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위내시경이나 조영검사를 통해 위암 건강검진을 해주는 나라다. 일본이 50세 이상 국민의 검진 내시경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단계이니 국가 암 검진에서는 한국이 선진국인 셈이다.

위내시경은 위를 직접 관찰하고 조직검사로 확진할 수 있어 진단율이 매우 높다. 위암은 병변이 작거나 조기에 발견될수록 치료 효과가 좋다. 내시경으로 위암을 제거하는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의 치료 가능성 또한 높다. 최근에는 크기가 5㎜ 이하인 미소위암이나 5∼10㎜ 크기의 소위암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하지만 작은 위암이나 특수한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많은 내시경 교육과 경험이 필요하다.


내시경은 소화기 진단의 전문 술기(術技)다. 우리나라는 의사 면허증만 있으면 누구나 내시경 검사를 할 수 있다. 다만 내시경 전문가가 되려면 의대나 의학전문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된 후에도 인턴 1년과 레지던트 3~4년 등 최소 4년 이상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해 특정과 전문의가 돼야 한다. 이후에도 학회마다 펠로 과정을 포함한 다양한 높은 수준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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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교육에는 환자안전을 비롯해 조작·진단·치료·소독 재처리 등 내시경의 모든 과정이 포함된다. 내시경은 병변의 관찰로 진단이 시작되므로 병변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교육과 경험, 즉 수련과정이 필요하다. 내시경 수련은 레지던트 과정부터 시작되지만 내과 레지던트 수련 과정에 내시경 교육이 필수 항목으로 포함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학회에서 개최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세미나에 참석해보면 나이 많은 의사들이 늦게까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의학 교과서의 첫 장에는 ‘의학은 계속 변화하는 과학’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새로운 의학지식뿐 아니라 새로운 내시경 기기와 내시경 진단, 그리고 내시경을 이용한 치료법도 계속 개발되고 있어 잠시라도 방심하다가는 최신 의학지식에 뒤처지기 마련이다.

위암 발견을 위한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과 내시경의 높은 진단 정확도가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 내시경의 양적 팽창은 빠르게 진행됐다. 하지만 정확한 내시경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내시경을 시행하는 기관의 의료 종사자에 대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중요하다. 내시경 관련 학회에서는 내시경을 높은 수준까지 배우고 시술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수련 과정과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적절한 교육 과정 없이 내시경만 많이 하는 양적 팽창은 내시경의 질적 발전과는 별개다. 국민 건강을 위해 내시경 전문학회의 내시경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우수한 내시경 교육을 받은 인력이나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나 건강보험 의료수가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우리나라 내시경 교육·진단의 질적 발전과 수가 차별화 필요성을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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